[이코노믹데일리] 올여름 지구 북반구 곳곳이 아마겟돈 수준의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 저감 실천의 중요성이 폭우로, 폭염으로 피부에 와 닿는다. 탄소 발생이 거의 없는 태양열,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단점은 상황 따라 공급을 멈추는 간헐성이다. 이를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보전 장치가 에너지저장장치(ESS)다.
국회에서 ESS 저장사업자가 전기차 충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고 있어 머잖아 ESS 사업자가 직접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준비 중인 정유 업계를 비롯해 ESS 배터리를 제조하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가 지난 5일 재생에너지 전기저장 판매사업 관련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ESS 등 전기저장 장치에 저장된 재생에너지 생산전력을 전기판매사업자·사용자 혹은 전기차 충전고객에게 곧바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과 △ESS생산 전력 판매자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발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은 ESS에 저장된 전기를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서는 유료로 공급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현재 전력 발전을 제외한 전력 도·소매 판매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다. 또 최근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한 REC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국내 ECC 사업자가 REC 발급 인증을 받게 되면 그간 잇따른 화재로 침체돼온 국내 ESS 사업에 힘을 싣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ESS 설치량은 0.2GWh로 2018년(3.8GWh)과 비교해 20분의 1 수준이다.
그간 발생한 ESS 화재 원인이 배터리 이상이란 조사결과 보고서가 최근 발표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서 ESS 안전성 평가센터 기공식을 개최했다. 오는 2025년 완공되면 세계 최초의 ESS 안전성 평가센터가 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그간 배터리, 전력변환장치 등 개별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관은 있었으나 ESS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이 없어 화재원인 규명, ESS 안전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법 개정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되고 전 세계적인 ESS 수요 증가에 따라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관련 기업들은 수혜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먼저 우리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해 2036년까지 최대 45조원(약 3460만 달러)을 투자해 24.5GW 규모의 ESS를 설치할 계획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3월 발간한 ‘2023 연간 에너지 전망(Annual Energy Outlook)’은 “2050년까지 미국 에너지 시장은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에 의해 탄소 저감이 실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 내 에너지원별 설비 비중은 △석유 및 천연가스 43% △석탄 17% △풍력 12% △태양광 10% △원자력 8%지만 2050년에는 △태양광 37% △석유 및 천연가스 30% △풍력 15% △ESS 7% △원자력 및 석탄 각 3% 비중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처럼 급증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용량을 뒷받침하기 위해 ESS 용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체 에너지원의 7%를 ESS가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1년 110억 달러에서 2030년 262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영국은 보조서비스 이용 요금 부과 기준을 개정해 ESS 보급과 확산을 장려하고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금의 50%에서 2030년 60%까지 상향하는 등 유럽 지역의 ESS 설치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참고로 유럽은 전 세계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ESG 경영(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이 가장 앞선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