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일터가 빠르게 늙고 있다. 취업자 평균 연령이 2030년 50세를 돌파해 2050년에는 53.7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인력난이 심화하고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등 기업에 잠재적인 위협이 다가왔다는 경고가 나왔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취업자 평균 연령은 46.8세로 추정됐다. 취업자 연령은 꾸준히 올라가 2050년에는 대다수 광역자치단체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길 전망이다. 2050년 예상 취업자 평균 연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3.8세보다 9.9세나 높다.
SGI는 2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부문별 취업자의 연령 분포 및 고령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SGI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바탕으로 현재 고용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해 고령화 속도를 예측했다.
지역별로 취업자 고령화 정도를 보면 2022년 기준 취업자 중 50대 이상이 절반을 넘어선 곳은 대부분 비수도권이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 고위험 지역이 상당수 분포한 전남(58.7%), 강원(55.5%), 경북(55.2%), 전북(53.9%) 등이 고령화가 심각했다. 제조업체가 밀집한 경남(51.7%)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반면 서울(38.5%)과 인천(42.6%), 경기(41.7%) 등 수도권은 50대 이상 고령 취업자 비중이 낮은 축에 속했다. 정부 부처와 연구소, 공공기관이 밀집한 대전(41.4%)과 세종(34.5%)도 상대적으로 고령화 정도가 낮았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도 서울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고령 취업자가 10%포인트(P) 이상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 특성에 따라서는 기술 수준과 부가가치가 낮고 노동집약적인 업종일수록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제조업 가운데 50대 이상 고령 취업자 비중이 50% 이상인 업종은 의류(59.8%), 가죽신발(59.6%), 목재(57.3%), 섬유(52.6%)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은 부동산(67.8%), 사업지원(57.1%) 등 저부가가치 업종에서 고령 취업자가 많았다. 의약(15.7%), 전자·컴퓨터·통신기기(18.2%), 정보통신(16.8%), 전문과학기술(23.8%) 등은 반대였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기업은 업무 역량을 습득하기 위해 충분한 교육 기간과 비용 투입이 필요한 고위기술직을 뽑을 때 투자 비용을 회수할 정도로 고용 기간이 남은 인력을 선호한다"며 "20~30대 인구가 급감하는 환경에서 고위기술 제조업에 속한 기업이 구인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 구조가 고부가가치·고위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지역별로 고령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면서 산업 생태계 배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수도권에 고위기술 업종이 집중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SGI는 가장 먼저 국민이 체감하는 저출산 대책을 수립해 인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 관련 예산은 2010년 6조원에서 2022년 51조원으로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1.23명에서 0.78명으로 곤두박질쳤다. SGI는 "정책 효과가 큰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임금체계 개편과 고령자 교육·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SGI는 "인력 구조를 고려해 임금체계를 연공급제에서 직무급제로 개편해야 한다"며 "향후 고령 인력에 편입될 세대는 이전과 달리 고숙련·고학력자 비중이 높아 이들의 학습 능력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