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조선업 '슈퍼 사이클'은 시기상조…과거 잘못 거울 삼는 '빅3'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10-17 07:00:00

[한국 조선업, 다시 르네상스①]

HD한조양·삼성重·한화오션 '빅3' 부활

3분기 흑전 기대…슈퍼 사이클은 '아직'

과잉투자·저가수주 "과오 반복 않겠다"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야경사진HD현대중공업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야경[사진=HD현대중공업]
[이코노믹데일리] 해양플랜트 사업 실패로 장기간 구조조정을 거친 조선 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잇따라 수주하며 훈풍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한국 조선업이 살아났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물량이 있어도 배를 지을 사람이 사라졌고 신수종 사업 개발을 도맡을 인재가 없다. 산업 생태계 근간인 중형 조선사나 기자재·부품사는 줄도산했다. 새롭게 도약을 노리는 한국 조선업이 또 한 번 르네상스를 맞기 위한 전략을 짚어본다.

조선업이 30년 주기로 찾아오는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나온 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19 대유행 발발 직후인 2020년 일시적인 해운 물동량 감소를 겪었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 선박 수요가 늘어나 슈퍼 사이클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이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빅3(Big 3) 조선사가 11년 만에 동시 흑자 전환에 성공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2000억원, 56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오션은 약 60억원 흑자가 예상됐다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며 16일 현재 기준 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사마다 전망이 다소 엇갈리는데 메리츠증권은 121억원 흑자를 점쳤다. 동시 흑자 전환 여부는 한화오션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는지에 달린 셈이다.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은 2021~2022년 수주한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물량이다. 선박 건조 대금은 선주가 계약 조건에 따라 조선사에 10~40%를 선수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를 공정 진행 정도에 따라 차례로 나눠 치른다. 2021년부터 증가한 수주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한 데다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 가격이 올라 3분기 영업이익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선 빅3의 수주량이 지금과 같은 기조를 이어간다고 해서 슈퍼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다가왔다고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산업 경기는 호황-하강-불황-회복을 일정한 주기로 반복하는데 조선업이 장기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려면 선가(船價) 상승 지속과 더불어 기존 업체의 증설과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1998년 외환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내 조선업이 호황 국면에 들어서자 2000년대 초부터 중소 조선소가 우후죽순 설립되고 대형 조선사는 공격적으로 생산(건조)시설을 확장했다. 성동조선해양(HSG성동조선)이나 SPP조선(2019년 파산), 대한조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형 조선사에서 선체를 조립하는 도크를 증설하는 등 건조능력 증대에 관한 언급은 없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과거처럼 저가 수주는 없을 것"이라며 건조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수익성 향상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수주 실적을 빠르게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도크를 늘리진 않겠다는 의미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마찬가지다.

대형 조선사가 건조능력 확대에 보수적인 이유는 불과 10여년 전 저가 수주와 과도한 투자로 인해 뼈아픈 불황을 겪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수조원대 적자를 떠안은 채 산업 전체가 초토화된 경험을 교훈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앞선 2000년대 초 호황기를 보내던 조선업에 이상 징후가 감지된 때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다. 이른바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실물 경제를 강타했고 물동량이 급감했다. 신규 수주는커녕 이미 받은 주문도 취소될 판이었다. 그러자 대형 조선사는 중소 업체가 주로 수주한 벌크선 등 저부가가치 선박까지 손을 댔다. 조선사들은 저가 수주로 출혈 경쟁을 벌였다.

대형 조선사는 하강기를 타개하기 위해 해양플랜트로 눈을 돌렸으나 처참히 실패했다. 별다른 노하우 없이 플랜트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해 대책 없이 일을 벌인 탓이었다. 2014년 하반기부터는 국제유가마저 급락하며 해상 원유 시추의 채산성이 떨어졌고 예정된 해양플랜트 건설이 줄줄이 취소됐다. 2015년부터 본격화한 조선업 위기는 대규모 인력 감축과 중소 조선·부품사, 기자재 업체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슈퍼 사이클 진입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 대형 조선사는 당분간 건조능력 확대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전망이다. 한국이 수주를 휩쓸고 있는 LNG 운반선에 중국이 도전장을 낸 점은 변수다. 중국이 LNG 운반선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더라도 기술 차이 때문에 국내 조선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마냥 안주할 수만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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