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3부(민지현 정경근 박순영 부장판사)는 기아 근로자 2446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소송 2건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임금 산정방식이 일부 변경된 점을 반영해 1심(약 479억원)보다 113억원 줄어든 약 365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앞서 기아 노조는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달라며 2011년, 2014년, 2017년 총 세 차례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차 소송 당시 원고는 2만7000여명이었지만, 2차 소송에서는 노조 집행부 13명이 대표로 원고가 됐다. 1차와 2차 소송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한 기아는 2019년 3월 소송을 취하하거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동의서'를 낸 근로자에게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특별합의를 제안했다. 당시 대표자 13명이 특별합의에 동의하며 소를 취하하자, 이에 동의하지 않은 근로자 2000여명은 2019년 5월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노조 대표자들이 제기했던 임금 청구 소송이 취하됐는데도 다른 근로자들이 이와 유사한 취지의 소송을 개별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 과정에서 기아 측 대리인은 "대표자 13명이 소송을 진행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근로자들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가 있었다"며 "(특별합의로 인해) 소를 제기하지 않겠단 합의가 성립했거나 이 사건 청구 기간에 대한 제소권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에서는 대표소송과 관련한 노사 간 합의가 체결됐다는 사실만으로는 개별 근로자들이 미지급 임금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특별합의에 따른 합의금을 지급받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근로자들이 낸 통상임금 소송 가운데 1차 소송은 지난 2020년 8월 대법원에서 근로가 측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또 3차 소송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는 등 특별합의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근로자들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