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KG모빌리티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名家)로서 자존심을 다시 세웠다. 지난 8일 서울과 인천 영종도를 오가며 타본 중형 전기 SUV '토레스 EVX'는 기대 이상이었다. 중형급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SUV만의 실용성을 두루 갖췄다. 그야말로 제대로 칼을 갈았다.
토레스 EVX는 친환경차 세제 혜택 후 가격이 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서울시 기준으로 보조금을 받으면 E7 트림(세부 모델)이 4080만원대에서 시작한다. 가장 보조금을 많이 주는 지역에서는 2900만원대에도 살 수 있다. 웬만한 소형 가솔린 SUV도 옵션을 추가하면 3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도 있지만 안전·편의 사양이 충분히 들어가 이를 무색케 했다. 국산 중형 SUV에서 볼 수 있는 사양이 거의 다 기본이다. 선루프, 투 톤 내·외장 컬러, 휴대용 충전 케이블, 3차원 어라운드 뷰 모니터, 20인치 휠·타이어 정도가 선택품목으로 제공될 뿐이다.
가격을 낮춘 가장 큰 요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니켈과 코발트 등을 사용한 다른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를 늘리기는 불리하지만 가격·안정성·수명 등에서 강점이 있다. 토레스 EVX는 73.4킬로와트시(㎾h) 배터리를 탑재해 18인치 휠 기준 복합 주행거리가 433㎞에 이른다. 결코 짧은 편이 아닌데 배터리 기본 형태인 셀과 최종 제품인 팩 사이 '모듈'을 뺀 '셀 투 팩' 공법을 쓴 덕분이다.
주행 성능이나 소음·진동·승차감이 크게 떨어지는 편도 아니다. 지난해 출시된 토레스 1.5리터(ℓ) 가솔린 터보 모델은 힘이 다소 아쉬웠지만 토레스 EVX는 모든 속도 구간에서 월등히 나았다. 1열 창문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는 물론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까지 잘 잡았다. 승차감은 취향에 따라 거칠게 느낄 법했다.
뒷좌석 편의성이나 공간, 레저용 차량으로서 활용성은 준수했다. 앉았을 때 앞좌석과 간격이 여유로울 뿐 아니라 접이식 테이블과 수동식 햇빛 가리개(선커튼)까지 갖췄다. 또한 전기 SUV 중에는 매우 드물게 루프랙(지붕에 있는 거치대)이 달려 나와 순정 상태에서 차량용 루프톱(roof top) 텐트를 설치할 수 있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공조 장치나 인포테인먼트 버튼을 아예 없애기보다는 자주 쓰는 몇 개는 남겨두는 게 편리할 듯했다. 내장재를 비롯해 가격대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요소도 군데군데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3~4인 가족, 레저를 즐기는 싱글족이라면 토레스 EVX는 충분히 선택지에 담을 만한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