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44년간 LG에 몸 담았던 권영수 전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자 그의 후임으로 김동명 사장을 새로운 CEO로 선임했다. 김 사장은 지난 1일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질적 성장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자"고 주문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당기순이익을 포기하고 R&D 투자(연구개발비용)를 지금보다 3배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개발비가 적은데 어떻게 질적인 우위를 점하겠냐는 이야기다.
LG에너지솔루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매출은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 7조6482억원, 영업이익 5219억원을 올린 것과 대비해 각각 7.5%, 40.1% 늘어난 수치다.
반면 매출액에서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올해 더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8%로 전년 같은 기간(2.8%)과 비교해 줄었다.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정작 미래 기술을 대비하기 위한 R&D 투자는 축소됐다는 평가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사로 보는 중국의 CATL이나 국내 배터리 업계 2위로 꼽히는 삼성SDI의 R&D 비율은 같은 기간 각각 5%, 4.9%"라며 "경쟁사를 압도하려면 연구비 투입이 무조건 커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양적인 성장을 했다고 단언하기도 힘들다"며 "양적인 성장은 시장 점유율이 늘어났을 때를 말하는데 지금은 계속해서 중국에 밀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중국 시장 포함)은 13.8%로 3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CATL, 비야디(BYD) 뒤를 잇는 순위다. 선두 CATL과의 격차는 23.1%포인트(p)로 지난 9월(22.5%p)에 비해 더욱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R&D 투자를 늘리지 않고 겉보기 숫자에만 집중하다 보면 장기전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교수는 "권 전 부회장이 무리하게 몸집을 키우는 바람에 김 사장 체제가 떠안은 과제가 너무 많다"며 "앞으로 얼마나 R&D를 늘릴지가 미래를 좌우할 텐데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삼성SDI가 상황이 더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