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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롯데, 고강도 다이어트 예고…오너 3세 신유열 역할론 급부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4-02-15 06:00:00

[10대 그룹 투자 집중점검 ⑥]

메스 꺼내든 신동빈 회장 "매각 진행"

유통·화학·제조 등 전방위 검토할 듯

신유열 전무 바이오 사업에 등판 이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미래성장실장이 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신격호 명예회장 4주기 추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미래성장실장)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신격호 명예회장 4주기 추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메스를 들었다.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고 그룹 역량을 유망 분야에 쏟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계열사) 매수뿐 아니라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 재계는 물론 인수합병(M&A)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세간의 시선은 자연스레 롯데가 매물로 내놓을 계열사와 새롭게 투자할 사업으로 쏠린다. 아울러 지난 연말 인사에서 승진하며 '신사업 발굴 사업단'을 맡은 오너 3세 신유열 전무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향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꼽은 미래 주력 사업은 바이오 기술과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수소 에너지, 이차전지 소재다. 현재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이른바 화학군으로 불리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이 가장 깊게 연관된다. 여기에 새롭게 꾸려진 인공지능(AI) 컨트롤 타워 조직 'AI 태스크포스(TF)'가 식품·유통·화학군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실적 '희비'…사업 재편 '속도전' 예고

그간 매각이나 구조조정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 온 신 회장이 입장을 바꾼 데에는 계열사 간 실적 희비가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로 대표되는 식품군은 전년 대비 26.9% 늘어난 4조원대 매출을 올렸지만 유통군과 화학군은 경기 변화에 취약한 모습이었다.

유통군 핵심인 롯데쇼핑은 2017년부터 6년간 당기순이익이 적자였다가 지난해 1797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백화점이 역대 최고 매출(3조3033억원)을 기록하고 이커머스 사업부가 영업손실을 전년(2022년 1559억원) 대비 절반 수준인 856억원으로 줄인 점이 고무적이다. 그러나 코리아세븐(편의점), 롯데컬처웍스, 한샘 등은 부진이 이어졌다.

화학군을 대표하는 롯데케미칼은 2년 연속 영업손실(3332억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 반짝 흑자를 냈지만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4분기에만 3000억원 넘는 적자를 거뒀다. 과거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와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2조7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동박 제조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지금의 규모를 갖추기까지 M&A와 신사업 투자가 주효했다면, 이제는 "군살을 빼야 할 때"라는 문제 의식이 엿보인다. 지난해 포스코그룹에 내준 재계 5위(자산총액 기준)를 당장 탈환하는 것보다 견실한 6위를 지키는 게 먼저라는 판단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한때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것도 사업 재편을 재촉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전남 여수시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전남 여수시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매각 대상 '고심'…신유열 전무 경영 수업 본격화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일본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을 들어 "현지 사업 구조조정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4가지를 역점 사업으로 지목한 데 비춰 보면, 지역을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매각 대상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관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신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유통 계열사·자산 일부를 팔 가능성이 크다. 실제 롯데가 코리아세븐의 현금입출금기(ATM) 사업부를 분리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화학·제조 부문에서도 매각 후보가 거론된다. 특히 매 분기마다 '바닥론'이 나오면서도 상승 전환할 조짐이 없는 석유화학이 앞 순위에 들 전망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영업손실의 76%(2541억원)는 말레이시아 법인인 LC타이탄에서 나왔다. 앞선 2022년 전체 영업손실(7626억원) 가운데 가장 많은 5563억원을 차지한 기초소재 사업부가 1년 만에 적자 폭을 60%가량 줄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LC타이탄은 당시 영업손실 2952억원을 기록했다.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2010년 1조5000억원에 인수한 곳으로 2017년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기업 가치가 4조원대로 불어났다.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한 탓에 지분 매각이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사업 매각과 관련한 계획도 아직은 드러난 게 없다.

이와는 별개로 신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을 맡은 신유열 전무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 전무는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해 3년 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롯데케미칼에서 상무로 재직한 2022년 당시 기초 소재 사업이 부진했으나 이를 신 전무와 연결짓기엔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우선 신 회장을 보좌하며 경영 수업을 받는 한편 신사업 계열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 의사 결정에 참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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