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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키옥시아·WD 합병' 무산?…SK하이닉스 둘러싼 '설왕설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고은서 기자
2024-03-05 16:46:17

정부 '설득설'에 SK하이닉스 '부인'

글로벌 낸드 점유율 2위 사수 목적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SK하이닉스가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합병 문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줄곧 양사 합병을 반대한 SK하이닉스가 외신 등에 의해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자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4일)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일본 언론이 미국·일본의 반도체 회사 합병에 동의하도록 한국 및 미·일 정부 당국자가 설득했다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 "한국 정부의 압박이나 설득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말 일본 아사히신문 등 외신의 보도를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일부 언론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에 대해 한·미·일 정부가 적극 개입해 SK하이닉스를 설득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키옥시아와 WD가 SK하이닉스 반대로 지난해 10월 중단했던 반도체 부문 경영통합 협상을 4월 재개할 예정"이라며 "니시무라 야스토시 당시 일본 경제산업상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한국 정부 등이 SK를 설득했지만 SK는 찬성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쉽게 말해 한국 정부가 개입해 SK하이닉스를 적극 설득해 양사 반도체 회사 합병 승인을 유도했다는 이야기다.

무대응 기조로 일관하던 SK하이닉스는 정부 압박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4월 국회의원 선거 등을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SK하이닉스는 2018년 키옥시아에 4조원을 간접 투자했으며 이 중에는 의결권 있는 전환사채(CB) 1조3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의결권 지분율 15%를 가진 SK하이닉스의 동의가 없다면 양사 합병은 불가능하다. 이에 일부 외신 등은 지난해부터 반대 표를 던진 SK하이닉스를 비난하는 여론이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로서는 3위 WD와 4위 키옥시아 합병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대만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로, 삼성전자(31.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WD와 키옥시아는 각각 16.9%, 14.5%로 3, 4위에 올랐다.

WD와 키옥시아가 힘을 합치면 SK하이닉스는 물론,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있는 인텔 낸드플래시 팹(솔리다임)을 인수한 것도 몸집을 키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업계는 이러한 이유로 SK하이닉스가 4월 초 재개하는 합병 협상 논의에도 반대 의견을 표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양사 합병을 승인하는 것과는 별개로 키옥시아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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