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의 휴면 신용카드는 1388만3000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197만7000장)보다 15.91% 증가한 수치다.
휴면카드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2018년 649만6000장 △2019년 808만4000장 △2020년 850만5000장 △2021년 965만8000장 △2022년 1197만7000장으로 나타났다.
휴면카드란 1년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뜻한다. 현금인출이나 하이패스 등 부가기능을 이용하더라도 실적이 없으면 휴면상태가 유지된다.
업계에서는 고금리·고물가 기조로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카드 사용이 줄면서 휴면카드가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동해지 제도도 없는 데다 물가 부담으로 소비 감소까지 겹쳐 휴면카드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1년 이상 카드 사용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정지되고 9개월 뒤 자동 해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자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이 바뀌면서 지난 2020년부터 해당 제도는 폐지됐고 최대 5년까지 휴면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인기도 휴면카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PLCC는 카드사가 기업(제휴사) 브랜드를 상품 전면에 내세워 해당 기업 서비스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말한다. 제휴사 고객을 흡수하고 고객 데이터 확보까지 가능해 카드사는 유력 기업과 제휴를 맺고 상품 개발·출시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떨어지면 동시에 카드 사용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휴면카드로 전락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카드 분실로 인한 금융사고나 관리 비용 발생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휴면카드 간편 정리 시스템 도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카드를 너무 불필요하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 스스로 어떤 카드를 얼마나 가졌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카드는 바로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