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2월 기준 96.7(2020년=100)로 집계됐다. 실질실효환율은 해당 국가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제로 어느 정도 구매력을 지녔는지 보여준다. 교역상대국의 물가 변동과 교역량이 고려됐다.
기준 시점부터 현재 시점까지 상대적 환율 수준을 판단하는데, 통상 100 이상일 경우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 미만일 경우 저평가됐다고 본다.
지난달 96.7인 점을 토대로 국내 원화가 저평가 국면에 들어왔다고 판단할 수 있다. OECD 가입 37개국 중 일본이 70.3으로 가장 낮았고, 튀르키예 90.2, 노르웨이 95.3, 이스라엘 95.3 순이었고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1997년 외환위기 때 68.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8.7을 기록했다. 최근 2020년 10월부터 작년 7월까지 100선을 상회했다.
이후 90 중반대를 머물렀지만 2022년 10월 환율이 1400원을 넘으면서 일시적으로 90.7까지 하락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달 말 기준으로 보면 실질실효환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며 "원화가 장기 평균 대비 약 6~7% 정도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1200원대 후반이면 실질실효환율로 적정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경기 활황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동시에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동반 열세를 보여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2월 말 기준 108.1로 높게 나타났지만 일본은 2022년 4월부터 80선 밑으로 내려왔고, 중국도 같은 해 10월부터 100을 하회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외신인터뷰에서 "미국 달러화 강세뿐 아니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일본 엔화·중국 위안화 약세도 영향을 미친다"며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