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경쟁 격화로 연체율 증가를 비롯한 부실 대출 등 향후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은행들은 올해 우량기업 중심의 영업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업대출 잔액(대기업·중소기업 합산)은 686조7252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말(668조3615억원)보다 18조3637억원가량 상승한 수치다.
기업대출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 분기(160조6834억원)보다 3.9% 증가한 167조21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하나은행이 3.5%, 우리은행 2.9%, 국민은행 0.8% 순으로 증가율을 보였다.
기업대출 잔액 기준으로만 보면 국민은행이 176조516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우리은행 175조4327억원, 하나은행 167조7544억원, 신한은행 167조216억원이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내세운 우리은행이 향후 국민은행을 제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 차이는 약 1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 격차는 5조4114억원이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 경쟁에 나선 데는 정부의 가계부채 증가 억제 정책 영향이 컸다. 이에 따른 가계대출 역성장을 기업대출로 상쇄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 일부 은행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밝히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경우 고금리 장기화를 비롯해 가계부채 억제 기조 등으로 축소됐다"며 "반면 기업대출은 회사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연체율 악화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실제 은행들의 연체율은 전년보다 상승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국민은행의 연체율은 0.25%로 지난해 말(0.22%) 대비 0.03%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0.26%에서 0.32%, 하나은행은 0.26%에서 0.29%, 우리은행은 0.26%에서 0.28%로 모두 올랐다.
아울러 기업 경영 악화까지 겹쳤다. 한국은행 자료 분석 결과,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기업 비중은 2022년 말 37%에서 지난해 3분기 말 44.4%로 크게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이 3년 이상 지속된 한계기업 비중이 지난해 14.4%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비중은 2018년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향후 건전성을 고려해 우량기업 중심의 영업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도 우량기업 위주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취약차주 대상의 체계적인 관리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시중은행들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이와 관련한 입장이 나왔다.
이종민 국민은행 부행장은 "가계대출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기업대출은 건전성을 고려한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6% 내외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흥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상반기에는 고객 기반 확보를 위한 빠른 성장을 추진한 후 하반기에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전체적으로 고려한 균형 있는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