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행장은 올해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작년부터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내세운 만큼 성장 돌파구를 확보할 계획이다. 따라서 우리은행은 올해 직원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기업금융 부문 배점을 높이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영업 실적만으로 당기순이익 1위를 찍기엔 힘들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었다. 작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순익 2조5159억원을 기록하며 4위에 그쳤다. 같은 기간 1위인 하나은행(3조4766억원) 대비 약 9600억원 넘게 차이 났다.
하지만 ELS 사태와 케이뱅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먼저 지난해 하반기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ELS 손실이 확정되고 있다. 3년 전 홍콩H지수가 고점(1만2000선)이던 당시 판매됐던 ELS 상품들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데 최근 6000선을 겨우 회복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ELS 중 올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는 8조원이 넘는다. 은행들은 투자자에게 배상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투입 금액을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그중 우리은행은 홍콩ELS를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게 판매한 만큼 손실 처리 비용도 작다. 우리은행이 1분기에 손실로 인식할 금액은 100억원 이내로 예상된다. 반면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은 약 1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밖에 신한은행 2870억원, 하나은행 2570억원 등이다.
우리은행은 ELS 손실에 따른 영향만 놓고 보면 올 1분기 타 은행 대비 최대 1조원가량 순익이 많을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다른 시중은행의 배상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홍콩H지수가 6500선까지 회복한다면 하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물량 손실 규모도 줄어들 수 있지만 큰 반등이 없다면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서 수조원에 달하는 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동 분쟁 격화 위기로 홍콩H지수, 대만 가권지수, 일본 닛케이225지수 등 아시아 주요 지수들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더 악화할 우려가 커졌다.
아울러 케이뱅크 기업공개(IPO)도 우리은행에 이익을 가져다줄 요인으로 지목된다. 케이뱅크는 연내 유가증권 시장 상장이 목표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지분 12.6%를 보유한 주요 주주라, 만약 케이뱅크가 IPO 시장에서 흥행한다면 우리은행이 거둘 회계상 이익도 커지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1년 케이뱅크가 유상증자를 시행했을 때 70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케이뱅크는 당시 할증 증자를 시행해 우리은행이 보유한 기존 지분의 평가익이 늘어나면서 차익이 발생했다.
이번 케이뱅크의 공모가는 지난번보다 더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케이뱅크의 주식은 현재 장외 시장에서 1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간 케이뱅크 주식을 5000원에 매입했던 만큼 더 큰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상장으로 국민은행이 이익을 얻었듯 케이뱅크의 상장도 우리은행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며 "올해 이익과 손실 등 여러 일회성 원인에 따라 은행권 순위가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