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경기도 화성 소재의 반도체 장비업체 HPSP를 찾아 반도체 수출기업 간담회를 갖고 관련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가 반도체 분야를 특정해 정책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원 규모는 10조원으로, 산업은행의 정책금융이나 민간 펀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부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전 분야의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최 부총리는 "(미국·일본처럼 보조금을 직접 주는 게 아니라) 간접적인 재정 지원 방식의 프로그램"이라며 "재정을 밑에 깔고, 민간과 정책금융이 같이 들어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반도체 관련 국가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도 신속하게 완료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R&D 예타를 조속히 마무리해 소부장 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는 한편 보조금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수십조원씩 퍼부으며 '쩐의 전쟁'을 벌이는데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직접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보조금 527억 달러(약 71조원)를 반도체 보조금으로 쏟아붓고 있다. 일본도 대만 TSMC가 자국에 유치한 공장에 4760억엔(약 4조원)을 직접 지원했다. 중국은 270억달러(약 36조원) 규모 반도체 자립 펀드를 조성해 연내 반도체 장비의 80%를 국산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직접 기금 지원보다 정책금융, 민관 펀드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평가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 속에서 이미 한 발 늦은 한국이 급한 불을 끄기엔 이번 지원 프로그램이 적합할 수 있다"며 "보조금 정책을 내놓으면 국회 동의를 얻는 데만 하세월이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