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이 180만CGT(62척)로 전월 602만CGT(208척) 대비 70%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369만CGT)과 비교하면 51%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조선업계 발주량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한국의 수주량은 17만CGT(2척·10%)로 중국 154만CGT(54척8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수주 실적을 끌어올린 건 HD현대중공업이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아프리카 선사와 액화천연가스(LNG) 두 척에 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2일 공시했다. 수주 금액은 7334억원이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지난달 선박 건조 계약은 '0'건이다.
국내 조선3사가 지난달 선박 수주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이유는 지난 1분기(1~3월)에 1년치 목표 수주량에 맞먹는 분량의 건조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수주 건을 포함하면 올해 총 96척(해양 설비 1기 포함) 건조 계약을 맺으며 연간 수주 목표인 135억 달러의 82.2%(111억 달러)를 이미 달성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1분기 38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97억 달러의 39%를 달성해 올해 무난히 연간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의 경우 연간 수주 목표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지난 1분기 카타르 에너지로부터 LNG 운반선 12척을 수주하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로 선별해서 수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3~4년치 일감을 확보한 조선사 입장에서 무리한 수주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도크(선박 건조장)가 부족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대형 조선사들이 가스 운반선으로 도크를 충분히 채웠기 때문에 4월 이후 수주를 조절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신조선가가 계속 오르면서 해운사 입장에서 발주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5월 말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6.42로 지난해 5월(170.1)이나 2020년 5월(127.32)과 비교했을 때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