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해운·조선업 2024년 1분기 동향’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세계 조선업계 1·2위인 한국과 중국의 수주 점유율이 90%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양국의 점유율 격차가 3.7%p로 줄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세계 신조선 발주량 1034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중국과 한국의 수주량 점유율은 각각 47.1%(490만CGT), 43.4%(449만CGT)다. 지난해 수주 점유율에서 중국 59.3%, 한국 22.7%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1분기 한국의 수주량만 보면 장밋빛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2만CGT에서 32.9% 증가했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프로젝트가 수주량을 끌어올린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여기에 한국 조선사들은 카타르 2차 프로젝트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도 대량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카타르에너지와 17척 규모의 건조 계약을 맺었고, 최근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15척, 12척 수주했다.
문제는 카타르발 프로젝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수주에서 카타르 LNG 운반선이 전체 수주량의 5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선종별 수주 점유율을 살펴보면 해운시장에서 규모가 작은 LNG 운반선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비중만 77%나 되고 3대 주요 선종(유조선·벌크선·컨테이너선)은 전체 비중의 20%에 불과하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1분기 수주 상당 부분인 카타르발 LNG 운반선 영향으로 중국과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이라며 “이제부터 카타르 물량이 없으면 한국 조선사들은 선별 수주를 할 수 밖에 없어 또 다시 중국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점유율면에서 중국을 능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순위 다툼보다 기술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선산업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조선사는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과거 경험을 교훈 삼아 미래에 직면할 어려움에 대비해 자산을 축적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