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닥터 코퍼'의 시대··· 금, 은보다 귀해지는 '동' 공급망 중요성 대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유환 기자
2024-06-27 06:00:00

전기차, 해상풍력, AI 구리 수요 이끌어

LS MnM, 고려아연 등 구리 확보 총력

"정부 차원에서 자원개발" 조언 나오기도

도시광산부터 자원개발까지 다양한 제안

구리 강판이 창고에 쌓여있는 모습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리 강판이 창고에 쌓여있는 모습[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데일리] 전기차, 해상풍력 발전,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이 성장하며 금, 은보다 동(銅·구리)이 더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가 왔다. 관계자들은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외 자원개발부터 도시광산 등을 다양한 수급처를 제시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5월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1만857달러(약 1511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초 8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것에 비해 25% 급등한 수치다. 이달 들어선 선물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몰리며 9500달러에서 거래 중이다. 

구리는 건설, 전력,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쓰이는 데다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경기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이런 의미에서 구리를 '닥터 코퍼(Dr. Copper, 구리 박사)'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이번 상승세는 전기차 등 미래 산업이 이끌고 있어 구리에 대한 관심도는 더 높아지는 추세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형 배터리는 양·음극재, 전해질 등으로 이뤄졌다. 여기서 일종의 차단벽 역할을 하는 게 구리를 얇게 편 '동박'이다. 전기차 한 대에 평균적으로 구리 83㎏이 쓰이며 이는 내연기관 차량에 쓰이는 구리 22㎏의 4배에 달한다.

전기차 생산에 소비될 구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에 전기차 약 2억2600만대가 운영될 걸로 예상했다. 2억대가 넘는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선 구리 1876만t이 필요하다. 2022년 세계 구리 소비량 2480만t의 75.6%에 이르는 규모다.

해상풍력 발전기 역시 구리는 필수재다. 전기를 만드는 코일부터 육지와 연결하는 케이블까지 모두 구리로 이뤄져 있다. 해상풍력 발전 1메가와트(㎿)당 약 8t의 구리가 들어간다고 알려졌는데, 해상풍력 발전은 2030년까지 307기가와트(GW) 추가 증설될 걸로 예상된다. 단순히 계산해도 구리 245만6000t이 필요하며 이는 국내 연간 구리 소모량 240만t과 맞먹는 수치다.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도 구리 소비를 늘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력망 증설 과정에 쓰이기 때문이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를 위해 미국에서만 구리 23만8000t이 사용될 것이라 예상했다.

구리 생산량이 사용량을 따라오지 못하며 공급 부족 우려도 나왔다. 구리 생산량이 연평균 2%가량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채굴 난이도가 높고 환경 문제가 겹쳐있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IEA는 보고서에서 2030년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이 수요 대비 20%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구리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지난 4일 열린 한국-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선 구리, 코발트 등 핵심 광물 협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으며, 지난달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에서 한-칠레 자원협력위원회가 12년 만에 재개되기도 했다.

민간 업체들도 선제적인 투자에 나섰다. 국내 최대 구리 생산 업체 LS MnM은 지난 2일 BHP와 구리 정광 173만t 구매 계약을 맺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계약으로 연간 소비량 20%를 충족할 전망이다. LS MnM은 전선에 쓰이는 전기동을 연간 68만t 생산해 LS전선에 납품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구리 수급처로 '도시광산'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광산은 산업 폐기물이나 폐가전 제품에서 금속을 추출해 재가공하는 걸 말한다.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전자 폐기물 등으로 연간 구리 3만t을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7년까지 도시광산을 통해 연간 구리 생산량을 15만t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다만 국내에선 LS MnM 이외에 구리를 10만t 이상 다루는 업체가 없어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요원한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통해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구리의 활용 영역이 전기차나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방면으로 넓어졌지만 해외 자원 개발은 여러 구설에 올라 사실상 10년 동안 허송세월 했다"며 "해외 광산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는 걸 일종의 비축 개념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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