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업체 11번가 인수를 추진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이에 11번가를 품고 몸집을 불린 다음 기업공개(IPO)에 다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11번가의 몸값이 높은 만큼 자금 조달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이 상륙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출혈경쟁’이 심각한 상황이다. 11번가가 오아시스에 오히려 독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최근 11번가 매각을 주도하는 재무적 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 의향서를 보냈다.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새마을금고·사모펀드 운용사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2018년 5000억원을 투자해 11번가 지분 18.18%를 인수했다.
오아시스 측은 회사 주식 일부를 11번가 지분과 맞바꾸는 지분교환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FI가 이를 수용할 경우 오아시스는 별도의 자본금을 들이지 않고 인수가 가능하다.
매물로 나온 11번가는 쿠팡, G마켓에 이은 국내 3위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FI의 매각 희망가는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보유액이 약 1200억원 규모인 것을 감안할 때, FI를 끌어들이고 대출을 받을 경우 인수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11번가의 적자 폭이 확대되며 기업가치가 쪼그라들고 있어 매각가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를 검토하는 배경엔 기존 신선식품 사업만으론 IPO에서 충분한 몸값을 받기에 부족하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을 것이란 업계 관측이 나온다.
오아시스가 11번가를 인수한다면 기업 규모를 더 키우고 시가총액을 더 높일 수 있는 만큼 11번가라는 매물에 더 관심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오아시스가 내년 기업공개(IPO)에 나서면 1조5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상장이 무산됐을 때 기관투자가로부터 7000억원대로 평가받았으나 올해 들어 공모주 시장이 회복되고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올 1분기 매출 1289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내며 창사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567% 늘었다. 올 한 해 매출은 500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11번가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번가는 올 1분기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318억원보다 손실 규모를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액의 경우 이 기간 2163억원에서 1712억원으로 20.8%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에 끝까지 나설 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11번가 인수 의향서를 내고 FI 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라며 “11번가 인수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