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사장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기자간담회에는 박 사장을 비롯해 추영욱 SK E&S 사장과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본부장, 서건기 SK E&S 재무본부장이 참석했다.
박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대해 "본래 하나였던 두 회사가 25년 만에 다시 결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합병을 계기로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이 됐고 국영 에너지 기업까지 포함해 세계 상위 10위권 기업에 오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합병 배경으로 에너지 사업 위기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 석유화학(석화) 산업이 직면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배터리 사업 성장을 꼽았다. 그는 "석유 사업 수익 구조를 단단히 하고 근원적 안정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했다"며 "미래 에너지 산업의 확고한 성장 기반을 만들려면 과감한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합병의 최대 기대 효과로는 손익 구조 안정화와 재무 구조 개선을 꼽았다.
주력사업이 정유와 석화인 SK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할 때마다 실적이 요동쳤다. 지난 2021년에는 SK온을 분사해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수율(양품 비율) 문제와 적자 누적, 투자 재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 부채는 SK온 출범 이전(약 23조원)의 2배인 50조76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와 달리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도시가스 공급업을 해온 SK E&S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지난해 매출 11조1672억원, 영업이익 1조3317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온 만큼 SK그룹 내에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했다.
박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재무 지표인 EBITDA(에비타)가 2조원 가량 늘어난 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에비타는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 들인 당기순이익에서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한 개념이다. 박 사장은 "합병 후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30년 연간 에비타가 2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SK온과 SK엔텀·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합치는 방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장기적 원가 경쟁력 강화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 극복을 위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필요했다"며 "3사 합병으로 사업 구조 다각화와 그에 따른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다음 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SK E&S 합병안과 SK온·SK엔텀·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합병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합병 후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1월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