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간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며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대의 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24일,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 경영진을 고소하자 하이브 측은 즉각 무고 혐의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양측의 대립이 한층 격화됐다.
민희진 대표 측은 이날 용산경찰서에 하이브의 박지원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수현 감사위원회 위원장, 정진수 최고법률책임자,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 박태희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 등 주요 경영진을 고소했다. 혐의는 업무방해,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 정보통신망 침해, 명예훼손 등이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감사 과정에서 강압적으로 업무용 PC를 취득하고 개인 메신저 내용을 무단으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취득한 개인 대화 내용을 편집하고 왜곡해 민 대표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에 활용했다는 것이 민 대표 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하이브 측은 "민희진 대표는 지금까지 하이브에 노트북 등 어떠한 정보자산도 제출한 바 없고 감사에도 응한 적 없다"고 밝혔다. 또한 "두 명의 부대표는 본인 동의 하에 정보자산을 제출했으며, 당사가 강압적으로 취득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이브는 민 대표가 하이브 업무용 이메일로 외부에 업무 자료를 전송한 사실을 언급하며, "무속인과의 대화록을 포함해 다수의 업무 자료를 본인의 하이브 업무용 이메일 계정으로 외부에 전송했고 이는 당사의 서버에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메일의 외부 수신인은 협력업체 B사의 고위 관계자로 파악됐다"고 밝혀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는 하이브 입사 당시 개인정보의 처리에 동의하였고, 이러한 내용을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며 "입수 경위에 대해 수차례 밝혔음에도 허위사실을 앞세워 고소한 민희진 대표 등에 대하여 무고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월 하이브가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당시 하이브는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민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양측은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하이브는 임시주총을 통해 민 대표의 해임안을 의결하려 했으나, 민 대표가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으로부터 인용을 받아 대표직을 유지하게 됐다.
최근 민 대표가 "원만한 협의를 기다린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으나, 이번 고소로 양측의 갈등은 다시 한 번 격화됐다. 이는 단순한 경영권 다툼을 넘어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 경영권의 경계,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수성이 복잡하게 얽힌 사안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하이브는 이날 박지원 대표의 사임과 함께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를 새 CEO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는 글로벌 사업 확장과 신성장 전략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민 대표와의 갈등 상황에서 하이브가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태는 급성장하는 K팝 산업에서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다양한 법적, 윤리적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향후 법정 공방의 결과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영 관행과 법적 기준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