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25일 '2024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3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이던 세액공제 시한을 오는 2027년 말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해서는 중견·대기업 30~40%, 중소기업 40~50%의 공제율을,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해서는 중견·대기업 15%, 중소기업 2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보조금 같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없어 아쉽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재정상 어려움이 있겠지만 대만, 미국, 일본 등 반도체 패권 전쟁이 불붙지 않았냐"며 "5월에 발표한 정책에서 크게 벗어난 게 없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대기업에 직접적인 보조금을 주는 대신 중소·중견기업에도 70% 이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7월부터는 18조1000억원 이상 규모의 반도체 분야 정책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반도체 기업이 원활하게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국내에 신규 투자하려는 반도체 기업에 저리(대기업 3.3%, 중견·중소기업 3.8%)로 돈을 빌려주는 17조원의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그동안 기재부는 반도체 보조금보다 세제·금융지원이 더 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규모로 볼 때 야당의 발표안보다 정부안의 규모가 작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정부는 재정 당국으로서 반도체 등 다른 부문도 함께 봐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현행 세법상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영업이익이 발생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저리 대출 혜택도 도움은 되겠지만 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나 팹리스 기업은 현금이 부족해 투자를 이끌려면 보조금 형태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