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713조3072억원으로 지난달 말(708조5723억원)보다 4조7349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동안 5조3415억원 불어나 지난 2021년 7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확대됐고,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552조1526억원에서 이달 25일 557조4116억원으로 5조2589억원 뛰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이런 배경에는 오는 9월 금융당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서울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면서 한도가 줄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린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고, 은행들은 가계부채 속도 조절을 위해 줄줄이 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섰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6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는 연 2.900~5.263%다.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 19일(연 2.840~5.294%) 대비 상단은 0.031%p 낮아졌지만, 하단은 되레 0.060%p 높아진 수치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과 18일 주담대 금리를 각 0.13%p, 0.2%p 올린 데 이어 이날 추가로 0.2%p를 인상한다. 주담대 금리가 낮았던 신한은행도 이날 주담대 금리를 0.1∼0.3% 상향 조정에 나선다. 앞서 지난 15일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p씩 높인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금리 인상에 가세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6일 주담대 금리를 0.1%p 올렸고, 케이뱅크도 지난 9일과 23일 주담대 금리를 0.1%p 인상했다.
하지만 이런 금리 줄인상에도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도 고공 행진하는 데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는 9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는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30% 오르면서 18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 2018년 9월 둘째 주 이후 5년 10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 인상만으로 가계부채 증가 폭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실효성 높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은행들이 금리를 올려도 현재와 같은 대출 수요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은행권 대출 규제는 강화하는 반면 주택 매매 진입장벽은 낮추면서 정책이 어긋난 데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까지 연기되면서 그 전에 대출받으려는 수요가 계속 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