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이 이날 기획재정부에 낸 '2024년 세법 개정안 의견서'에는 기업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상속·증여세를 면제해주는 한도를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기업이 발행 주식 총수의 10%보다 많은 주식을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그 초과분에 상속·증여세가 부과된다. 한경협은 과세 기준을 발행 주식 총수의 20% 초과분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주식 기부는 공익법인이 사업을 꾸릴 중요한 재원 마련 수단이지만 조세 부담 탓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기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경협 측 논리다. 한경협은 "공익법인 활동 활성화와 기업의 사회공헌 촉진을 위해 공익법인으로의 주식 출연에 대한 면세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또한 기업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을 '투자·상생 협력 촉진 세제'의 법인세 추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벌어 들인 소득을 투자, 임금, 협력사 상생 대금 등으로 지출하지 않을 때 법인세를 추가로 물리는 제도다. 쉽게 말해 기업이 배당으로 지출한 돈도 투자·임금 등과 동일하게 간주해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예기다.
참여연대가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2024년 세법 개정안 비판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한경협의 주장과 완전히 상반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상임위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상속세 인하에 대해 "상위 1% 재벌, 대주주, 고액 자산가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며 "지난해 기준 상속세 최고세율(현행 50%)을 적용 받는 사례는 전체 상속 건수 중 0.0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감세와 건전 재정이라는 모순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자 45조원이 넘는 예산을 불용 처리해 지출을 줄였다"며 "슈퍼 부자 감세가 아닌 슈퍼 부자 증세를 통해 저성장·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상속세 최고세율(10억원 초과 40%)이 소득세 최고세율(10억원 초과 45%)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세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30억원 초과 구간에 속한 피상속인은 2023년 전체 사망자 수의 0.35%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시행 중인 상속세제를 장기적으로 소득세·자본이득세와 통합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제1 야당인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면서 국회 기재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시민단체 의견을 반영해 초고액 상속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율을 인하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