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감독원은 국민연금공단·한국거래소와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을 열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한계기업 적기 퇴출 △자본시장 안전판 확충을 요청했다.
이 원장은 "연기금과 운용사는 자본시장내 핵심 투자주체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자본시장 투자저변 확대를 위해 장기투자 주체로서 연기금과 운용사의 책임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아마르 길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사무총장은 발제에서 "한국 내 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활동을 강화하고 이사회가 시장의 우려를 경영진이 아니라 사외이사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 거버넌스가 단순히 규정을 준수하거나 자문하는 수준의 역할을 넘어 기업 거버넌스로써 이사회가 핵심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서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어 있는 원인을 지적했다. 박유경 APG 전무는 "지난 1993년부터 30년간 미국은 GDP가 4배 성장하는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배 성장하며 주식 성장이 GDP를 넘었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GDP가 7배 성장하는 동안 코스피는 3배 올랐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한국 주식 저평가의 원인은 주주에 대한 기본 보호 장치가 없고 문제가 발생할 때 패널티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 전무는 '경영권'에 의문을 제기하며 "경영 권리를 가지는 주체는 주주"라고 단언했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 대해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의결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 기업을 분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언하며 3월에 몰려 있는 주주총회 일정을 분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도 시장과 참여자 모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주총 일정 분산에 대해 공감했다.
박철우 신한금융지주 파트장은 장기 투자 자금 마련이 시급하다며 퇴직연금 등을 자본시장으로 이끌 수 있는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목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엑트 대표는 "분할 합병 시 개인주주와 소통이 필요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공정한 주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구조 규제 강화에 대한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석호 대한상공회의소 본부장은 "기업지배 구조 규제는 소액 주주가 기업 의사 결정을 지배하도록 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은 주주가 아니라 회사"라고 반박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하려는 노력과 사후규제 강화를 제언했다. 정 교수는 "지배구조에서 현재 주가를 올릴 유인책이나 장치가 있느냐"며 "주주대표소송이 1년에 10건 미만으로 사후 구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개인 소액주주는 주관기관에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을 강하게 유도해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두산이 합병 철회 후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 "이번 합병 철회는 주주와 시장 긴 소통 부족으로 오해를 초래할 수 있었던 전형적인 사례였다"며 "사실상 이제 많이 바뀐 형태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