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우리 경제의 빠른 성장과 높아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용어에서 나타나듯 (국제적 평가가) 매우 인색하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새로운 자금 유입과 기업 혁신 선순환이 단절되고 국가 경제 성장 동력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근본 원인으로 이 원장은 빠른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기업 지배구조 모순을 꼽았다. 그 근거로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발표한 기업 지배구조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2개국 중 8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원장은 "그동안 기업에서 자본 축적 속도보다 기업 확장 속도가 더 빠른 고도 성장 기반이 지속되면서 낮은 지분율로 기업을 지배하는 한국 특유의 기업 지배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적 기업 지배 구조에 자본시장 선진화의 걸림돌"이라 평가하며 "주주들의 권리 행사 보호가 촉진되고 모든 주주가 합당한 대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기업 지배구조가 마련돼야 하며 효과적 감시 등을 수행하는 한편 기업과 주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마침 제22대 국회 구성이 마무리 되면서 주요 정책 논의가 시작되는 시기"라며 "앞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기 위한 발전적 논의와 함께 상속세, 금융투자소득세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 개편 논의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합당한 기업 승계, 기업의 주식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상속세 관련 왜곡된 제도로 억눌려졌다는 문제에 대해선 이견이 없이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원장은 하반기를 '골든 타임'이라고 표현했다. 이 원장은 "(상속세 등 기업 승계와 관련된 논의가) 실제로 세제와 예산 패키지로 함께 국회에서 논의되고, 정부의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에도 담길 수 있는 여지도 있다"며 "내년도 세제 예산 개편안에 담겨야 하는 현실적인 시간적 제약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에는 정구용 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등이 자리했다. 권 교수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이사 책임제도 개선방안', 김 변호사는 '경영권 방어 법제 도입 관련 쟁점', 오 교수는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기업승계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