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종룡 회장은 조만간 사퇴할 것이냐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친인척 부당대출 등으로 우리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임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제22대 국회 정무위 국감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정무위원들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 경영진 책임을 거론한 것이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 해석되는 것과 관련해 우리금융에 대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고 문제 삼았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부당대출 사고 책임을 전 경영진이 아닌 현 경영진에 묻고, 관련 없는 동양생명 인수 합병까지 거론하면서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며 "해당 사태는 정권의 금융기관 인사 개입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장이 금융회사 인사에 이렇게 깊이 영향력을 끼치는 게 맞다고 보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인사 개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금감원장의 우리금융에 대한 언급은 이번 부당대출 사건을 계기로 해서 기업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경영진의 각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고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부당대출 감독 과정이고 인사 개입으로 보는 것은 조금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부당대출 인지 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 및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번 사건이 굉장히 엄중하다고 생각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책임 규명을 하고자 1차 자체 검사를 올해 1월부터 먼저 시행했다"며 "은행 내 1차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자들을 중징계 등 엄중 처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고도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 2차 검사를 지난 5월 2일부터 시작했다"며 "그러던 중 금감원이 검사를 나왔고, 저희가 파악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성실히 협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코 전임 회장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다시 이번 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 사고가 발생할 경우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의에는 "제가 잘못해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며 "이상적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라 우리금융은 아주 절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금융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기업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전 직원이 갖고 있다"며 "제도, 시스템, 문화 전 분야에 걸쳐 쇄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향후 내부 통제 관리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에 대해 윤리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되는 윤리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그 직속으로 윤리 경영실을 만들어 감시 기능과 내부자 신고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여신 감리조직을 격상하고 부적정 여신에 대한 내부자 신고 채널을 강화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금융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그룹사 전 임원의 동의를 받아 친인척에 대한 신용 정보를 등록토록 할 것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임원 친인척) 대출 취급 시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실행 후 적정성 검토 등 엄격한 관리 프로세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 끊임없는 교육과 지속적인 점검, 엄정한 신상필벌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금융 내부의 파벌 문화가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에 "우리금융이 여러 은행이 합쳐진 통합은행으로서의 성격 때문에 일부 계파적 문화가 잔존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 규모가 특혜성 부적정 대출이란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6월 우리은행 경남 김해지점 대리급 직원의 100억원 횡령 사고, 지난달 말 공시한 주거용 오피스텔 분양대금 관련 55억원 규모의 금융 사고 등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현 경영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