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전력망 적기 확충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국가 핵심 산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필수 전력망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전력 생태계 지속성 확보를 위한 요금 정상화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언급한 국가 핵심 산업 중에선 경기 용인시에 지어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도로 건설하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제조 단지다. 완공되면 16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소비할 예정이다.
정부와 한전은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우선 1GW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3곳을 건설하고 경북·경남과 전남에서 전력을 끌어올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동해와 수도권을 잇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망과 서해를 가로지르는 HVDC 전력망이 구축될 예정이다.
김 사장은 또 "국민과 약속한 고강도 자구책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 신규 과제를 지속 발굴하는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한전이 2022∼2023년 두 해에 걸쳐 우선 7조9000억원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달성했으며 본사 조직 축소와 임직원 임금 반납 등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기준 한전의 누적 부채는 총 202조9900억원이며 부채비율은 574.1%에 이른다. 특히 지난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발전 비용이 오르며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3조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봤다. 적자 개선을 위한 재정 건전화 노력에도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다.
국감에선 소극적인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서왕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사장에게 "계통관리변전소 지정 조치가 사실상 재생에너지 발전을 가로막고 있지 않냐"고 물었다. 계통관리변전소는 전력망이 포화될 위험이 있는 곳에 지정된다. 지정된 곳은 발전에 제약이 생겨 사실상 신규 태양광 발전소 설치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렇게 지정된 변전소 205곳 중 태양광 발전소가 몰려있는 전남 지역이 103곳으로 약 절반에 달한다는 것이다. 조치 기한도 올해부터 2032년까지로 긴 편이라 '태양광 죽이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따라왔다.
김 사장은 관련해 "계통관리변전소 지정 조치는 한시적 조치이며 이미 부족한 전력망으로 인해 기존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출력제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에 서 의원은 "일시적인 조치라고 하지만 기간이 짧지 않고 계통이 그렇게 부족한 상황도 아니다"며 "정부와 한전이 수 년간 방치한 문제를 광주·전남 지역에 전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