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는 지난 1일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 당 1.41원(6.8%) 인상했다. 서울 4인 가구 기준으론 월 요금이 약 3770원 오르는 수준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 18개월 동안 동결돼 왔다. 오는 4분기 전기 요금까지 오르면 서민층의 에너지 요금 부담은 크게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 방송에서 "하절기가 지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전기료 정상화 수준과 적절한 시점을 협의해 하반기 (요금 인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에너지 요금이 오름세를 탄 이유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정부가 총선 등 정치적 이슈를 앞세워 요금 인상을 자제한 영향이 크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경우 2021년 12월 100만Btu(영국 열량 단위·1Btu=252㎈) 당 3.63달러에서 2022년 8월 100만 Btu당 9.31달러까지 반년 사이에 5.95달러(164.0%) 상승했다. 이상기후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저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진 영향을 받았다.
이에 가스공사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도시가스 요금을 총 다섯 차례 인상했다. 인상 폭을 합치면 MJ당 6.51원으로 2022년 초에 비해 45.8%가 올랐다. 한전도 비슷한 시기에 전기료를 6차례나 인상하며 2023년에 에너지 대란을 불렀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선 달라졌다.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을 의식한 듯 에너지 요금 인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사이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2022년 500%에서 올해 1분기 기준 624%까지 124%p 급등했다. 한전의 부채비율도 2022년 494%에서 605%로 111%p 상승했다.
두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 규모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만큼 에너지 요금 인상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걸로 보인다. 가스공사의 민수용(주택·일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지난 1분기 기준 13조5500억원에 이르는데, 이를 1년 내로 회수하려면 MJ당 27원을 인상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다수 정권에서 정치적 이유로 요금을 동결한 점도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부터 에너지 요금의 인상 폭이 낮아졌고 그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스공사와 한전의 적자가 심해졌다"며 "전(前) 정부 당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율을 늘린 것도 에너지 요금 인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