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가처분 매입 금지 가처분'이 기각되고 하루 만이다.
박 사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무려 5.34%에 달하는 수많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합리적 시장 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른바 ‘유인된 역선택’을 해서 확정 이익을 포기하는 투자자 손실 상황에 발생하게 됐다"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그동안 저들(영풍·MBK)이 해온 행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된 역선택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상대방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걸 의미한다.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문구만 바꾼 가처분 신청을 연이어 제기했다는 점, 각종 흑색선전으로 시장을 교란한 점을 들었다. 또 이런 부정거래 행위로 인해 영풍·MBK의 매입 행위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이 같이 강한 어조로 비판에 나선 이유는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영풍·MBK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영풍·MBK는 지난 14일 공개매수를 마무리하며 고려아연 지분율을 38.47%까지 늘렸다.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주주총회에 참가하는 지분율이 8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과반에 가까운 수치다.
고려아연이 매입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고려아연이 목표대로 전체 지분의 17%를 매입하더라도, 실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우호지분을 합쳐 37.89%가 한계일 걸로 추정된다. 최상의 매입 시나리오에서도 주총 표결에서 밀리는 것이다.
다만 박 사장은 영풍·MBK가 우위에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양측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에 맞춰 주총을 대비해 나갈 예정"이라며 "수치상으로 (영풍·MBK가)우위에 있는 게 맞다"고 답했다.
이어 향후 소송 전망에 대해서 박 사장은 "배임과 관련된 고소와 금융감독원 진정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시세조종에 대한 소송은 시장 배포 자료나 발언을 참고해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우호 세력의 동향이나 백기사 추가 포섭의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박 사장은 "협력사에 대해서 말하긴 어려우나, 그분들의 판단과 결정이라고 믿는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부터 고려아연을 방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세계 최대 자원거래사 트라피구라의 제레미 위어 최고경영자(CEO)가 만날 것이란 소식이 지난 18일 전해졌으나,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실에 관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