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제4이통 연구반 논의 결과’ 및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사업자가 원하는 주파수 대역을 정부에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정부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부실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알뜰폰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통신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 변경의 핵심은 사업자가 가용 주파수 범위 내에서 원하는 대역을 정해 정부에 주파수 할당 공고를 제안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업자가 시장 상황과 사업성을 고려하여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시장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때 정부가 언제든지 지체 없이 주파수를 공급해줄 수 있는 여건을 항상 준비해놓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사업 추진의 문턱을 낮추고 시장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더불어 정부는 부실 사업자의 주파수 할당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신규 사업자는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 경쟁 가격 이상의 자본금 요건을 충족해야 경매에 참여할 수 있으며 주파수 할당 대가 납부는 전액 일시 납부를 원칙으로 한다.
분할 납부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참여 주주 및 투자자 등이 주파수 할당 대가 납부를 보증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서류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귀책사유로 할당이 취소된 사업자는 해당 대역 주파수 할당 참여가 제한된다. 이러한 조치들은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통신 시장의 즉각적인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의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한다.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에 망을 빌리면서 지불하는 비용인 도매대가를 기존 대비 최대 52%까지 낮춰 요금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도매대가 인하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현재 이동통신사(MNO)가 4만원대에 제공하는 20GB 데이터 요금제를 알뜰폰 사업자는 1만원대에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데이터 제공량 소진 이후에도 제한된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QoS(Quality of Service) 상품의 속도를 기존 400Kbps에서 1Mbps로 추가하고 해외 로밍 상품도 현재 1종에서 4종으로 확대한다.
특히 정부는 이동통신사와 같이 이용자 맞춤형 요금제를 자유롭게 출시할 수 있는 풀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의 성장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풀 MVNO의 설비 투자를 위한 정책 금융 지원과 더불어 모든 이동통신사(SKT, KT, LG U+)를 도매 제공 의무 사업자로 지정하여 풀 MVNO가 안정적으로 설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SKT만 도매 제공 의무 사업자로 지정되어 있다.
류 실장은 “풀 MVNO로서 자체적인 고객 관리, 요금제 설계 능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기반을 다진다면 MNO(이동통신 사업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판단한다”며 “그러한 사업자들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이번 대책의 중요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현재 스테이지파이브를 포함한 2~3개 업체가 풀 MVNO 도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책 변화는 정부가 주도하던 기존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을 통해 통신 시장의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공청회를 통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파법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