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은행권에 생산적금융 공급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문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와·은행이 자금 운용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이 지난달 말 선제적으로 5년간 80조원 생산적금융 투입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하나금융도 지난 16일 5년간 100조원 규모 지원 계획을 내놨다.
제조업 등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를 통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정책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경기 악화로 인해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권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16조6000억원으로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증가는 대출 확대의 직접적인 부작용으로 특히 경기 회복세가 지연될 경우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상반기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0.46%로 전년 동기(0.36%)보다 0.1%p 올랐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보다 0.16%p나 상승한 0.74%를 기록하며 이를 견인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상반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총 여신 대비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은 평균 0.34%로 전년 동기 대비 0.07%p나 늘었다.
은행별로 전년 대비 하나은행은 0.12%p, 우리은행은 0.09%p, 신한은행은 0.08%p씩 증가한 반면, 국민은행만 0.02%p 감소하며 NPL 비율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은행권 전반의 부실채권 증가 추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결과다.
국민은행은 올해 들어 전행 차원에서 건전성 비율 개선과 잠재부실자산 관리를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각각 구성해 운영 중이다. 취약 차주의 상환 능력 저하 상황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부턴 여신관리부 산하에서 개인채무조정 제도 및 프로세스 전반을 총괄하는 조직인 '개인채무조정전담팀'을 신설하고, 내수부진 및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 및 자영업자의 상환부담 완화와 재기 지원 등 사회적 책임 역시 강화하고 있다.
부실자산 관리 강화와 채무조정 프로그램 확대 등을 병행하면서 리스크 관리 역량을 끌어올리며 부실채권 비율을 업계 대비 낮출 수 있었단 설명이다.
아울러 연내로 'KB희망금융센터'를 신설해 신용회복 및 채무조정 등이 필요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신용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자체 채무조정 대상도 기존 대출금 3000만원 미만 연체자에서 5000만원 이하로 확대한다.
또한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약 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추가적으로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자문용역을 진행 중이며, 자산 건전성 제고와 재무 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국민은행이 지난 상반기 5371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던 것을 감안하면 연간 83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은 부실채권 증가에 따라 매각에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내부 프로세스와 제도를 마련해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실질적인 재기를 지원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