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표이사는 빠르면 9월부터 업무를 시작하여 그동안 산재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경영 기조가 달라지겠지만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같다. 가장 시급한 것은 임원급 인사와 조직개편이다. KT는 2021년 11월 이후로 임원 인사를 하지 않았다. 구현모 대표 체제에 문제가 생긴 작년 연말 정기 인사 발령을 내지 못했다. 현재 승진 대기 중인 상무보급 임원만 40여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임원들도 임기 만료 상태다. 이들은 매달 계약을 1개월씩 연장해가면 일하고 있다. 현재 회사의 급한 주요 현안들은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사장)이 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해 처리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시장 전략과 미래비전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그동안 KT는 구 전 대표의 '디지코(DIGICO) KT' 전략으로 경영활동을 전개해왔다.
디지코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뜻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data), 클라우드(Cloud) 등 'ABC' 역량을 강화해 다른 산업의 혁신을 선도한다는 게 이 전략의 목표였다. 국내 통신과 B2C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신사업과 B2B, 글로벌로 영역을 넓힌다는 구 전 대표의 구상이 담겼다.
그러나 구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이러한 디지코의 취지도 희석된 상태다. 구 전 대표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면서 새 대표는 '구현모 흔적 지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로운 미래 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주가 부양도 숙제다. KT의 주가는 경영 공백 직전인 지난해 8월 52주 최고가(3만9300원)를 찍은 이후 끊임없이 흘러내려 26일 시작가 2만9500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주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통해 안정적인 리더십을 꾸리고, 새롭고 실현 가능한 회사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CEO 리스크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신한증권, 미래에셋증권, DB금융투자 등 3곳의 증권사가 KT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상향했다. 하반기 신사업 확장과 주주환원정책 등으로 EPS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KT 본업인 통신업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KT의 유무선 사업 매출은 1년 전보다 소폭 늘어난 2조3811억원이었다. 5G 이동통신 전환율은 67%가량으로 통신 3사 중 가장 높다. 이베스트증권은 올 2분기 KT의 5G 가입자가 935만명으로 전분기(894만명) 대비 4.6%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KT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5346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5152억원)를 상회할 것"이라며 "이동통신 사업(MNO) 가입자에 대한 판매비 감소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경쟁 무선 통신사보다 알뜰폰 사업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효율적인 비용 집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더불어 KT에스테이트와 BC카드 등 연결 대상 자회사의 실적 개선도 2분기 영업이익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의 신사업도 주요 투자 포인트다. 매출의 40%가량이 인공지능(AI)·플랫폼 등 비통신 신사업에서 나온다. AI컨택센터(AICC·AI를 활용한 콜센터)는 사업 시작 3년 만에 수익 구간에 접어들었다.
KT는 올 상반기 AICC 프로젝트를 3420억원어치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 규모(785억원)의 4.3배에 달한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KT는 여타 통신사에 비해 부동산, 금융, AI 등 각 분야 신사업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정책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KT 관계자는 “최근 총 30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며 “이 가운데 1000억원 규모를 오는 8월 10일 소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