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에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부터 반도체 부문을 전시에서 제외한다. 반도체 기술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열린 CES에서 처음으로 반도체를 선보인 바 있다. 자사의 메모리와 프로세서 기술을 소개하며 반도체가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강조했다. CES는 소비자 가전 중심의 박람회로 알려졌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이 소비자 경험을 혁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CES 전시에 참여했었다. 이후 올해까지도 꾸준히 CES에 반도체 기술과 함께 정보기술(IT) 솔루션을 꾸준히 선보였다.
지난 7~10일(현지시간) 열린 CES 2025에서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인공지능(AI)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을 선보였다. 로봇용 AI 메모리 전시 공간을 따로 마련해 로봇 엣지 컴퓨팅(REC BOX), 엑시노스 로봇 플랫폼 등을 공개했다.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불리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반 제품인 CMM-D(CXL 메모리 모듈-D램), CMM-B(박스), CMM-H(하이브리드)와 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등도 선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겪고 있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새로운 디자인(new design)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HBM을 생산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개사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처럼 답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지난 수십년간 지켜온 국내 반도체 시장 영업이익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빼앗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맡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지난해 1~3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이미 SK하이닉스에 비해 3조원 이상 적게 집계됐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는 “사실상 삼성전자는 HBM 기술력에서 많이 뒤쳐진 상태다. 당장은 경쟁사를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상황이 좋지 않은데 HBM의 기술적 로드맵이나 계획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