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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애스턴마틴 DBX707, 포·람·페 안 부러운 '슈퍼 SUV'
말이 필요없다. 통칭 '슈퍼카 3대장'인 포람페(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가 부럽지 않다. 민첩한 조향, 빠른 기동, 웬만한 고급차도 넘보지 못하는 럭셔리함까지 남자라면 품을 만한 이상을 다 갖췄다. 영국 슈퍼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이 지난 2022년 출시한 DBX707은 슈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정점에 서 있는 차였다. 애스턴마틴은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한 '본드 카'로 유명하다.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가 탔다고 해 붙은 별명이다. BMW와 벤틀리도 영화 속 본드 카로 활약했지만 사람들의 뇌리엔 '본드 카=애스턴마틴'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았다. DBX707은 바닥에 낮게 깔린 세단 또는 쿠페 스타일인 역대 본드 카와 다른 외형이다. 노면에서 차체 바닥까지 높이(지상고)와 전고(높이)를 비롯해 전체적인 덩치를 키웠다. SUV 인기에 따라 여러 슈퍼카 브랜드가 속속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슈퍼 SUV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 포르쉐 카이엔 터보 GT, 람보르기니 우루스, 페라리 푸로산게는 괴물 같은 성능과 준수한 공간 활용성을 겸비해 각광을 받았다. 여기에 DBX707이 가세했다. ◆아낌없이 고급스러운, 슈퍼카 감성은 그대로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애스턴마틴 전시장에서 만난 DBX707은 겉모습부터 남달랐다. 앞으로 길고 낮게 뻗은 '롱노즈(Long nose)' 형태 보닛과 오리 궁둥이로도 불리는 풍만한 뒷태가 범상치 않았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사용해 날렵하면서도 유려한 인상을 줬다. 차체 뒷면에는 위로 치켜든 끝단을 따라 펼쳐진 유선형 리어램프(후미등)가 개성을 더했다. DBX707은 SUV이면서도 슈퍼카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디테일을 담고 있었다. 일반적인 SUV보다 훨씬 차체가 낮아 보인다. 휠 규격은 23인치로 매우 큰 데 반해 타이어 사이드월(옆면)은 레이싱카처럼 얇다. 뒤쪽 좌우로 각각 2개씩 배치된 더블 트윈 머플러팁(배기구), 최상단 날개(스포일러)는 차량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운전석 문을 여는 순간 다시 한 번 더 놀란다. 몸을 단단히 감싸는 버킷시트, 가죽으로 도배된 내장, 고유한 날개 엠블럼이 멋스럽다. 30대 초반 지갑이 서글픈 남자에게 묘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특히 플라스틱을 거의 안 쓰고 가죽과 금속, 탄소섬유를 사용한 실내는 고급스러움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심지어 창문 위 손잡이와 천장도 가죽으로 마감했다. 자동차 회사가 돈을 아끼지 않고 차를 만들면 이렇게 되나 싶었다. 운전대를 비롯해 각종 조작부 배치는 복잡하지 않지만 기품이 있었다. 변속 버튼은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 위에 '주차(P)-후진(R)-중립(N)-주행(D)' 순서로 배치됐는데 이는 애스턴마틴 차량의 특징이다. P·R단과 N·D단 사이엔 시동 버튼이 큼지막하게 있다. 시동을 걸려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빨갛게 불이 들어오는 게 포인트다. 사실 첨단 텔레매틱스(통신+정보과학)로 무장한 차량과 비교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 인포테인먼트는 터치스크린이 아니다. 스마트폰 연동 기능은 애플 카플레이만 유선으로 지원하고 안드로이드 오토는 안 된다. 휴대전화 무선 충전기는 센터페시아(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조작부가 있는 곳) 아래 뻥 뚫린 곳에 있다. 그 흔한 사이드미러 접는 버튼도 없다. ◆707마력 '괴물' 성능…"내비고 뭐고 다 필요없어" 운전대를 잡으니 모든 불편이 다 용서됐다. 내비게이션 따위 없어도 좋다. 시동을 걸면 우렁찬 배기음이 울리며 엔진 온도를 빠르게 높였다. 남자의 로망은 이때부터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차 이름이기도 한 최고출력 707마력, 8기통 4.0ℓ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은 달릴 준비를 마쳤다. 주행 모드는 인디비주얼(개인 설정), GT,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구분됐는데 각 모드마다 성격이 확 달라진다. 일반적인 주행 때 쓰이는 GT 모드에서는 편안함이 강조됐다. 슈퍼카는 운전법을 따로 배워야 할 정도로 출력을 제어하기 쉽지 않지만 DBX707의 GT 모드는 웬만한 운전자는 어렵지 않게 탈 수 있을 정도였다. 배기음은 그렇게 크지 않으면서 묵직했다. 가속 반응도 즉각적이기보단 한 박자 쉬는 느낌이다. 승차감은 차량 성격이나 휠 크기를 생각하면 상당히 부드러웠다. 공조장치 아래 다이얼을 돌려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면 야성이 드러난다. 가속·조향 반응, 배기음 등 모든 게 달라졌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니 약 3000~4000rpm(분당 엔진 회전수)까지 엔진 회전수를 높이고 터보(과급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튀어나갔다. 계기반 숫자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올라갔다. 온몸을 뒤에서 강하게 떠미는 힘은 쾌락으로 다가왔다. 배기음은 크지만 귀를 찢는 불쾌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귀를 기울이면 화음도 느껴졌다. 공식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단 3.3초다. 최고속력은 KTX와 맞먹는 시속 310㎞다. 조향은 주행 모드와 상관없이 민첩했다. 운전대가 기본적으로 무겁다.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더 민감하고 재빨라졌다. 차체 움직임을 표현하자면 쫀득하고 찰기가 있었다. 급작스럽게 방향을 틀어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좌우 쏠림도 거의 없고 회전을 할 때 속력 한계치가 SUV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높았다. 가격은 '억' 소리가 3번은 난다. 3억1700만원부터 시작하고 옵션을 추가하면 3억원대 후반까지도 올라간다. 비슷한 가격대 2인승 슈퍼카와 비교하면 뒷좌석까지 4명(최대 5명)이 널찍하게 타고 짐까지 여럿 실을 수 있으니 오히려 실용적(?)일 수도 있겠다.
2024-03-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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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5개 브랜드, 지난해 252만대 판매…수익성 개선
폭스바겐을 비롯해 스코다, 세아트, 쿠프라, 폭스바겐 상용차 등 5개 브랜드로 구성된 '브랜드 그룹 코어'가 지난해 수익성 극대화 전략에 힘입어 판매량 250만대, 영업이익 30억 유로(약 4조원)를 돌파했다. 17일 폭스바겐 브랜드 그룹 코어에 따르면 이들 5개 브랜드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전년(2022년) 대비 13% 증가한 251만9000대를 판매했다. 중국과 한 라이선스 사업과 애프터 세일즈 분야에서 실적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특별 항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1년 전 26억 유로(3조7800억원)보다 9억 유로가량 늘어난 35억 유로(5조900억원)였다. 영업이익률은 4.1%로 같은 기간 0.5%포인트(P) 개선됐다. 폭스바겐 측은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브랜드 경쟁력과 회복 탄력성이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더 치열해지는 경쟁과 이에 따른 비용 상승 압박을 고려할 때 지난해 12월 본격적으로 시작한 '수익성 강화 전략 6.5(Accelerate Forward Road to 6.5)'는 올해 판매 수익률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수익성 강화 전략은 크게 2단계로 나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우선 행정, 기술 개발, 재료, 제품, 가격, 판매, 품질 등 영역마다 비용을 줄이고 차종의 복잡성, 파생 모델 수, 전체 제품을 줄여 생산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패트릭 안드레아스 마이어 폭스바겐 브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익성 강화 전략을 체계적으로 구현하면 2026년까지 생산 공장, 개발뿐 아니라 관리·판매 부문에서도 빠르고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그룹 경영이사회 멤버 겸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어려운 환경에서 경영 성과를 지속해서 향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는 고객의 큰 기대를 충족시킬 차량과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재정적 여유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03-18 16: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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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놓인 IRA…"변화 없어" VS "트럼프 당선 대비해야"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되더라도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다수 엮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미칠 영향에는 한국과 미국 측 전문가의 견해가 엇갈렸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18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미 대선 통상 정책과 공급망 대응 전략'을 주제로 한미통상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미국 경제·통상 전문가와 김앤장, 광장, 세종, 태평양, 율촌 등 국내 5대 대형 로펌 변호사가 참석해 통상 이슈를 점검하고 기업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미국 측 "딸꾹질 나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제프리 숏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미국 세션 첫 번째 발표에서 "누가 선거에서 이기든 보호주의는 유지될 것"이라며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경제 안보를 근거로 제3국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봤다. 피터슨 선임연구원은 또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감세 조치 시한이 2025년인 만큼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재정 적자 관리가 국내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며 "민주당은 기후변화 대응을, 공화당은 세수 확보를 위해 탄소 국경세 등 조치를 동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 행정부의 보호주의가 경제 동맹국인 한국에 끼칠 파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우려와 달리 한국 기업에 대한 관세 부과나 보조금 배제, IRA 규정 퇴보 등 조치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워싱턴 소재 무역컨설팅 기업인 맥라티 어소시에이츠의 케이트 칼루트케비치 통상총괄 전무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 기업은 통상과 투자 분야에서 중요한 파트너"라며 "한미 FTA가 미국 유권자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개정돼 대선 이후 딸꾹질(hiccups) 같은 작은 변화는 있더라도 거대한 문제(massive problem)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칼루트케비치 전무는 이어 "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창출하는 투자와 고용은 지역과 정당을 초월해 지지를 받는다"며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차기 대통령의 우선 순위는 다국적 기업과 공급망 관련 불공정 경쟁 차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 변호사들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야" 국내 대형 로펌 변호사들의 시각은 달랐다. 이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대선 결과에 따라 수입·수출 규제, 관세 인상, IRA 수정 등이 단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중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각국 정부는 공급망 안정성, 회복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전환을 꾀하고 있다"며 "공급망 관리에 머물지 않고 공급망 컴플라이언스(다자무역 규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은 기업에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정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반도체과학법(칩스법) 혜택은 유지되겠으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 조항이 부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법은 미국의 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에 광범위한 무역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차전지(배터리),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악재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선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대통령 행정 명령이나 의회검토법(CRA) 같은 수단을 활용해 IRA를 무력화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도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 정책이 가장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 환경 정책"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대안 시장 개척과 국제기구를 통한 해결을 꼽았다. 박주현 변호사는 "하이브리드차 생산 증대 전략이나 전기차에 우호적인 다른 시장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창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한미 FTA의 잔존 혜택을 활용하고 미국의 정책 변화로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국제투자분쟁(ISDS) 제기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4-03-18 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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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의 뷰파인더]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효과? 통계의 함정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나 취재 현장에서 보고 들은 시시콜콜한 얘깃거리를 들여다 본다. 최근 가격이 8000만원 이상인 법인 명의 수입차 등록대수가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는 소식이 화제였다. 법인 소유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한 데 따른 효과라는 얘기였다. 이를 두고 수입차 업계에서는 '통계의 함정'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가격이 비싼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해 사적으로 이용, 세금을 비용으로 처리해 부담을 낮추는 꼼수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16일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연두색 번호판 부착 대상인 8000만원 넘는 법인 명의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3551대였다. 지난해 같은 달 4793대와 비교해 1242대(약 35%) 감소한 수치다. 같은 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체 신규 등록 수입차에서 법인 명의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지난해 2월 법인 소유 수입차는 57%였는데 올해는 이 비율이 47%로 10%포인트(P) 떨어졌다. 인용된 자료의 출처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였다. KAIDA는 국토교통부에서 차량 신규 등록 데이터를 받아 통계를 작성한다. 각 월별로 브랜드, 가격대, 명의자 유형, 지역 등을 기준으로 분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명의자 유형은 개인(private)과 법인(business)으로, 개인은 성별과 연령 등에 따라 구분했다. 문제는 법인으로 분류된 항목에 무엇이 포함되는지다. KAIDA 통계상 기준과 국토부 번호판 색상 기준이 미묘하게 다르다. KAIDA 통계에는 딜러에게서 법인 명의로 구매 계약을 체결한 차량, 렌터카, 리스 차가 모두 '법인'으로 들어간다. 국토부에 따르면 연두색 변호판을 달아야 하는 차량은 △법인이 직접 구매한 차 △1년 이상 장기 렌터카 △법인이 리스 회사(일반적으로 금융사)로부터 임대한 차다. 다시 말해 KAIDA 통계는 1년 미만 단기 렌터카, 개인 명의로 계약한 리스 차까지 '법인'으로 본다. 차량 소유자가 렌터카 회사, 리스 회사이기 때문이다. 즉 연두색 번호판 부착 대상 차량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앞선 수치(3551대) 중 진짜 연두색 번호판을 달고 나오는 차가 몇 대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얘기다. KAIDA 관계자는 "협회에서 제공하는 통계만으로 연두색 번호판 부착 효과가 있다거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제도 도입 전후를) 정확하게 비교하려면 국토부 원 자료를 다시 가공하거나 별도로 집계하는 등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3-16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