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20일 내놓은 '산업계 전력수요 대응을 위한 전력공급 최적화 방안' 보고서는 송전망 건설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소비량이 16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기록한 역대 최대 전력 소비량97.1GW의 16%에 이르는 수치다. 산업부는 16GW 중 4GW는 클러스터 인근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지어 해결하고 나머지는 지방에서 끌어오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송전망 계획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없을 때 만들어졌다"며 "그 계획도 진도가 잘 안 나가 적기에 구축되기 어려운 목표"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게 SMR이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전략본부장은 "LNG 발전과 외부 전력원, SMR 조합은 전력 부족의 부분적 해법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고동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반도체법)'은 '정부가 반도체 사업 발전과 원활한 전력 수급을 할 의무(제10조)'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월 발의한 '원자력사업 발전 지원 특별법(원전법)'은 반도체 산업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걸 법안 제안 이유로 들었다.
특히 원전법은 발전 용량 300㎿ 이하인 SMR에 주목했다. 기존 원전보다 크기는 작고 안전성은 높아 부지 선정이 용이하고 사고 위험성도 줄일 수 있어서다. 물론 SMR 설치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임 본부장은 "SMR에 대한 별도 규정, 합리적 안전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원전에 맞춘 기준을 SMR에 맞춰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 주민의 동의도 있어야 한다.
유 교수는 "해외에선 SMR을 사막처럼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짓는다"며 "수도권은 주민 수용성이 낮아 LNG 발전소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용인시도 "우선 LNG 발전소에 대한 부분만 논의 중이며 SMR을 포함한 원전을 논의한 부분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