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대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을(乙) 전기료를 ㎾h당 16.9원(10.2%),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갑(甲) 전기료를 ㎾h당 8.5원(5.2%) 인상하겠다고 23일 발표했다. 적용 시점은 오는 24일부터이며 갑, 을 전기료를 합쳐 평균 16.1원(9.7%) 오른다.
이번 전기료 인상은 한전의 재정 부담 완화와 전력망 구축 재원 마련을 위해 이뤄졌다. 올해 2분기 기준 한전의 누적 적자는 약 41조원이며 누적 부채는 약 203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을 소모하는 설비는 급증하는 추세다.
김동철 한전 사장이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에서 "필수 전력망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전력 생태계 지속성 확보를 위한 요금 정상화도 추진하겠다"며 전기료 인상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주택용과 일반용(소상공인) 전기료는 동결하고 산업용 전기료만 10% 가까이 핀셋 인상했단 점에서 경제단체와 기업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제조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계속 인상하는 건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반영하되 산업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전기 소비자들이 비용을 함께 분담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도 "대기업에 대한 차등 인상으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국내 산업계의 경영활동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원가주의에 기반한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력 다소비 업종으로 불리는 철강과 반도체업계 관계자들도 경쟁력 약화를 염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상승은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전기료가 인상되면 자연히 원가 부담이 생긴다"며 "원가 부담이 생기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반도체 업체들로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