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29일 막을 내리고, 21대 국회 임기가 30일부터 시작된다.
20대 국회는 가장 낮은 법안 처리율(37%)까지 기록하면서 '식물 국회'·'역대 최악의 국회'란 불명예를 안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접수된 전체 법안 2만4130건 가운데 계류 중인 법안은 1만5311건에 달한다. 접수된 법안의 63.5%가 처리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법안들 중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법안들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씨의 이름을 딴 '구하라법'은 보호나 부양의무를 하지 않은 상속대상자에게는 상속을 하지 않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이다.
해당 법안은 국회 입법 청원에서 10만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얻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계속 심사' 결론이 나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12·16 부동산 대책의 후속 법안인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주택법개정안도 관심도가 높은 법안이다.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이들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기초학력보장법을 비롯해 5·18특별법 개정안, 문재인정부의 숙원사업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등도 21대 국회에서 주력 법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제주4·3사건 특별법 개정안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오영훈 민주당 의원은 4·3사건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근거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공수처 후속법안들과 공직자 직무 과정에서 이해관계 개입을 방지하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도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사적 이해관계자에 대한 신고·회피 조치 의무화,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지만, 여야의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단 공수처 후속법안들이 자동 폐기됨에 따라 7월로 예정됐던 공수처 출범 시기도 지연될 전망이다.
또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세무사법 개정안도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무사법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되, 세무사법에 명시된 업무범위 8가지 가운데 핵심 업무인 회계장부작성(기장)과 성실신고 확인 등 2가지를 제외하는 게 골자다.
사상 초유의 동물 국회를 반성하기 위한 '일하는 국회법'도 21대 국회로 넘겨진다.
민주당은 27일 당선인 워크숍에서 선정한 21대 국회에서 추진할 5개 분야 80개 입법과제를 늦어도 올해 하반기까지 마무리할 방침을 밝혔다. '국회 개혁'을 1번 과제로 삼은 만큼 '일하는 국회법'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