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기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적용할 수 있는 전장용 반도체 기판(FCBGA)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통신 지연 없이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극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문제 없이 작동할 수 있어 고성능 자율주행에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주요 사업부에 전장 전담 조직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전장용 기판·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분야 등 차량용 제품 비중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전자 전장 부문 자회사인 하만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 3조9400억원, 영업이익 3700억원을 달성하며 2분기 연속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이후 한동안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하만은 각종 대형 수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첨단 5나노미터(1㎚=10억분의1m) 파운드리 공정으로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전장용 디스플레이 사업 현황을 살폈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LG도 최근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낸 '효자' 전장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려는 모습이다. 지난해 LG전자 전장(VS)사업부 연간 매출액은 8조649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696억원으로 7년 만에 흑자전환으로 돌아섰다.
LG VS사업본부는 삼성과 달리 세계 자동차부품 업체인 마그나와 합작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전기차 동력전달장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차량용 조명 등을 3대 핵심 사업으로 한다. 전기차 자율주행 기능 탑재가 확대되면서 올해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주문량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LG전자 전장 수주잔고가 100조원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주요 전자 기업들이 전장 사업에 뛰어든 데에는 최근 자동차 산업에 전동화가 진전되며 다양한 전자 장비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전장 부품이 일부만 탑재되지만,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전기차의 경우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등이 더 탑재된다. 전기차와 함께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자율주행 역시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만큼 각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과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이 각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에 나서며 주도권을 잡으려는 구상이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장 사업이 고속도로에 올라갔으니 액셀(가속 페달) 밟을 일만 남았다"며 "올해는 전장에서 10조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