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회원 카드를 놓고 와서 충전 못 하겠네요."
경기 용인시 '워시홀릭 분당용인센터'를 찾은 전기차 운전자 50대 안병윤 씨는 세차만 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전기차 충전요금 결제에 필요한 회원 카드를 집에 놓고 왔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기자는 현대차와 워시홀릭이 협업해 구축한 워시홀릭 용인분당센터를 찾았다. 이 곳은 지난 2021년 12월 개점해 전기차 충전과 동시에 세차가 가능하다는 'EV파크'를 콘셉트로 내세워 운영 중이다. 전기차 외에도 일반 차량도 세차장 이용이 가능하다.
센터는 일반 세차장과 함께 100킬로와트(kW)급 급속 충전기 4기가 구축돼 있었다. 세차를 할 수 있도록 각종 세차용 장비들도 다양하게 준비됐다. 다만 결제 편의성이 기존 충전소 대비 개선된 점이 없다는 게 다소 아쉬웠다.
기자가 안 씨에게 "그냥 세차만 하고 가세요?"라고 묻자, 안 씨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센터 내 마련된 충전기는 'SS차저'라는 업체에서 마련한 것으로 충전 시 전용 회원 카드로만 사용 가능했다. 실물 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어떤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경기도 영업용 택시를 모는 연병록 씨(69)는 "급속충전과 세차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했고, 동료인 이종태 씨(67)도 "시간 절약은 물론 한달에 2만9900원 내고 멤버십에 가입하면 충전 금액의 50%를 할인해주는 혜택도 제공돼 매일 충전하러 온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 결제 편의성 문제는 여러 업체들도 인식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기차 박람회 'EV트렌드코리아 2023'에 참가한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이지차저'는 온라인 간편결제를 지원해 충전과 결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플러그 앤 차지(PnC)' 기술을 선보였다.
전시회에 참가한 또 다른 스타트업 스타코프 측도 "굳이 회원 카드가 없어도 결제 가능한 편리성을 우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워시홀릭에 사람들이 붐비는 이유도 '충전 중 세차'가 가능해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다. 회원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도 멤버십 카드 없이 충전 결제가 가능하다면 충전과 세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기자가 머문 26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총 8대 전기차가 워시홀릭을 찾아 전기차 충전과 세차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했다. 연 씨와 이 씨 등 택시 기사 외에도 가족과 함께 온 차주들도 눈에 띄었다.
워시홀릭에 영업용 차량 외 가족 고객들도 많이 찾는 이유는 충전과 세차 외에도 휴식 공간이 잘 마련됐기 때문이다. 실제 센터 내 카페에도 방문자들이 꾸준히 드나들었다.
워시홀릭 관계자는 "주말 오후는 물론 평일에도 전기 충전기와 세차 자리가 나지 않을 만큼 방문자가 많다"면서 "올해부터 전국 주요 지역으로 워시홀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