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돌아온 과일의 계절…'당도 선별·검수' 더 똑똑해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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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령 기자
2023-06-13 05:00:00
영주농협 부석APC에 설치된 AI 선별기 가동 모습

영주농협 부석APC에 설치된 AI 선별기 가동 모습 [사진=롯데마트]


[이코노믹데일리] “당도 14브릭스(brix), 통과”
 
인공지능(AI) 과일 선별 시대가 도래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최신 기술력을 이용해 과일을 선별하거나 재배까지 관리하며 좋은 품질의 과일을 매장에 들여놓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가 보편화됐지만 과일같은 신선식품은 직접 보고 고르는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AI 선별 시스템은 단순히 중량이나 당도뿐 아니라 품목에 따라 수분 함량과 후숙도까지 측정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어느 매장에서 과일을 고르더라도 같은 품질로 구매할 수 있도록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롯데마트 직원들이 'AI 선별 시스템'으로 멜론을 검사하고 있다.

롯데마트 직원들이 AI 선별기로 멜론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 인공지능이 선별한 과일 뭐가 다를까
 
대형마트들은 유통 과정을 까다롭게 개편해 품질을 높이거나 AI 기술력을 이용해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내부까지 체크가 가능하도록 했다. 과일 품질 관리에 힘을 쏟는 이유는 매년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과일류 구입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은 1위가 ‘맛’(35.6%)으로 그 다음은 ‘품질’(26.4%)이었다.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당도와 품질 검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업계 최초 ‘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해 과일의 상품성을 높였다. 10개의 렌즈로 근적외선을 쏘아 대량의 화상 데이터를 얻으면 이를 분석해 중량과 당도, 수분 함량과 후숙도까지 측정한다. 멜론의 경우 측정이 어려웠던 내부 결함을 AI 선별 시스템을 통해 표준화 된 맛과 품질을 선보임으로써 고객불만 건수를 지난 2021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개선했다.
 
신선식품 품질 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맛 표기제’도 강화하고 있다. 수박·사과·배·참외 등 달콤함이 중요한 과일류는 당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브릭스(Brix)’를 표기하고 있고, 산지에서 측정한 당도와 매장 입고 후 당도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MD(상품기획자)가 수시로 산지와 매장을 방문해 당도를 확인하고 있다.
 
당도만으로 맛을 표현하기 어려운 딸기의 경우 ‘달콤함·새콤함·단단함’ 3가지 척도를 1~3단계까지 바코드 높이로 표현한 ‘맛표기 바코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상세하게 맛을 설명할 수 없는 한계를 탈피해 소비자들이 당도·식감·경도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마트도 일부 한정 품목에 적용하던 과일 당도표시제를 12개 품목으로 확대 운영했다. 과일 특성상 당도선별기 활용이 어려운 포도, 복숭아 등 품목은 일 10회 샘플 당도 측정으로 평균 당도를 산출해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과일의 재배부터 수확까지 농가와 함께 관리하는 ‘신선농장’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10년 이상 노하우 보유자 및 지역농협 추천을 받은 재배면적 3305㎡(1000평) 이상의 개인 농가 등이 대상이다. 품질관리사가 농가를 찾아 재배 관리와 기술을 지도하고 수확한 과일은 2회 검품 등을 거쳐 매장에 진열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과일을 선보이기 위해 각 산지의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와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과일의 맛과 품질이 균일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발굴·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인 조각 수박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인 조각 수박 [사진=롯데마트]


◆ 무더위 날릴 올해 인기 과일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여름 제철 과일인 수박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수박의 제철은 7~8월이지만 수요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본격 출하가 지난 5월로 앞당겨졌다. 수박은 약 90%가 수분으로 이뤄진 저칼로리 식품으로 갈증을 해소하기 좋다.
 
그러나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복숭아가 수박을 제치고 최고 인기 과일로 등극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모두 수박이 1위, 복숭아가 2위였지만 작년 여름 들어 복숭아 매출이 22.9% 늘어나는 동안 수박 매출은 8.7% 감소하면서 복숭아의 순위가 올라갔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1~2인 가구가 늘면서 수박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봤다. 1~2인 가구가 수박 1통을 사서 소비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수박보다는 양에 대한 부담이 적고 달달한 복숭아로 수요가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당시 수박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블랙망고 수박이나 까망애플 수박처럼 크기가 작은 수박 매출은 11.5% 늘었다.
 
과일 매출 3위에 오른 포도도 여전히 여름철 인기 과일이지만 겨울철까지 접할 수 있는 샤인머스캣이 포도 시장을 주도하면서 여름 제철 과일보다는 연중 과일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올해 수박이 여름 인기 과일의 1등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우스 수박이 본격적인 수확 시기에 접어들면서 출하량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수박 출하량은 전년 대비 4%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트업계는 1~2인 가구가 즐겨먹을 수 있도록 수박을 4분의 1조각으로 잘라 팔거나, 작은 수박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도, 식감 등에 만족하지 못하면 빠르게 교환·환불해주는 소비자 응대 정책도 강화했다. 
 
이마트에 관계자는 “지난해 소형 수박을 포함한 기타수박(블랙망고, 까망애플 등)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45%로 일반 수박 8.9%보다 크게 늘었다”면서 “크기가 작은 수박의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니 수박 품종인 '까망애플수박', '블랙망고수박'

미니 수박 품종인 '블랙망고수박(왼쪽)'과 '까망애플수박' [사진=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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