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1~6월) R&D에만 5118억원, 4707억원을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0년 264억원에 그쳤던 R&D 지출에 비하면 약 17.8배 늘어난 규모다. 연구개발비율(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은 각각 4.45%, 2.69%로 나타났다.
LG화학에서 바이오 사업을 하는 생명과학본부는 그 중 1770억원을 R&D 자금으로 투자했다. 이는 상반기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R&D 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1260억원을 지출한 지난해 동기보다 약 500억원 늘었다.
'바이오 신흥강자'로도 불리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올해 1월 미국 항암제 개발 기업인 아베오 지분을 인수하면서 매출을 대폭 늘렸다. 아베오 인수를 바탕으로 생명과학 사업은 올해 1조원 수준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베오는 올해 들어 83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생명과학본부 전체 매출인 5642억원 중 14.7%가 아베오에서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LG화학은 일찌감치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글로벌 톱30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바이오 사업을 이끌 R&D 인재 확보를 위해 3년 연속 미국을 찾으며 현황과 변화 방향을 공유할 정도로 R&D에 진심이다.
LG화학은 임상 1상 이상 단계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 15개를 확보한 데 이어 오는 2030년까지 FDA 승인 신약 5개 이상을 출시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바이오 R&D에 향후 5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자할 전망이다. 특히 R&D·생산이 비교적 까다로워 이른바 '바이오 전통강자'들이 쉽게 유입하지 못하는 항암 신약과 세포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중 '맏형' 격인 LG에너지솔루션도 권영수 부회장 취임 이후 R&D 확대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자국 보조금과 저가공세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는 것에 대응하고 글로벌 기술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점유율은 28.7%, 중국 CATL 시장점유율은 27.2%로 양 사 점유율 격차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세계 1위 위치를 유지해 왔던 LG에너지솔루션에는 위기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R&D 투자에 지난해 동기 대비 24% 가량 더 쏟아부었다. 올 상반기 R&D 자금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만든 법인 얼티엄셀즈 소재 개발과 품질 관리 등에 집중됐다.
배터리 기술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R&D 조직 개편에도 힘을 싣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조직 △최고제품책임자(CPO) 조직 산하에 있던 '제조지능화센터'를 R&D 담당 조직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들어 주력하는 배터리 품질과 제조 공정을 고도화할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담당한다.
한편 1년 만에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 건수도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특허 보유 건수는 2만6641건으로 전년(2021년) 대비 3339건(14.3%) 증가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R&D 투자를 늘리고 관련 인력 양성을 한 덕분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