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15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622조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 일대에 조성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위해 총력 지원에 나섰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지역 일대를 의미한다.
이 곳은 세계 최대 규모로 2102만㎡ 면적(여의도 7.2배)으로 월 77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가 클러스터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메모리 생산과 2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2047년까지 20년간 300만개가 넘는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클러스터 가동을 위해서는 고품질의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다. 클러스터 한 곳에서만 수도권 전체 전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기가와트(GW)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정부는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태양광발전소·원전에서 끌어온 전기를 끌어와 쓰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신설을 검토 중이고 호남 지역 원전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에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서해안 해저 전력고속도로' 준공도 돌입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해안 해저 전력고속도로 완공 시점이 2036년인 점과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프로젝트가 지난 2021년 인허가 문제로 1년 가량 사업이 지연됐던 점을 감안하면 또 얼만큼 준공이 늦춰질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전력 수급이 관건이면 원전 근처, 즉 비수도권 지역에 클러스터를 조성했어야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번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지역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일자리·자본·인프라 등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는 첨단 시설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면서 정작 필요한 공급망이 되는 원전 등 '혐오시설'은 비수도권에 몰아넣었다는 이야기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기업이 가장 활동하기 좋은 곳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도체는 국가간 경쟁이 심해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첨단 산업이며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하고 투자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전력·용수 공급계획을 지난해 12월 확정했다. 전력·용수 인프라 공급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