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시장의 약 85%를 차지하는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의 지난해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0.0%로 전년(80.4%)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 81.0% △현대해상 79.6% △KB손보 80.2% △DB손보 79.2%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사고가 난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통상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적정 손해율을 80% 초반대(78~82%)까지로 판단한다.
손보사 전체 매출 중 자동차보험 비중이 20% 가까이 차지하는 만큼 이런 양호한 손해율도 역대급으로 예상되는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영향으로 주요 보험사들은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IFRS17 기준에서는 보험계약의 미실현이익까지 현재 가치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작년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의 경우 삼성화재 당기순이익은 1조9896억원으로 2조원대를 넘기는 최대 기록이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DB손보와 현대해상도 각각 1조6012억원, 1조367억원으로 관측돼 1조원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의 성과급 지급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연봉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삼성화재는 올해 연봉의 최대 50%가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DB손보와 현대해상은 각각 30~41%, 30% 이내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와 비슷한 연봉의 6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KB손보는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한 바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상생금융 압박을 이어오고 있는 데다 재차 성과급 관련 제동을 걸어 보험사들은 난감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성과급 지급 유의 사항을 전달했다.
IFRS17 도입 이후 첫 연간 실적 결산을 맞는 만큼 과도한 성과급·배당으로 회사 건전성을 저해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채무 우려도 여전하므로 미래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을 강조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결산 업무에 충실하겠단 입장을 밝히면서도 금리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차로 인한 수익)으로 실적을 내는 은행과 영업으로 실적을 내는 보험업은 다르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도 적극 참여했지만 금융당국이 또다시 성과급까지 문제 삼자 보험사들은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에 이어서 또 성과급과 관련해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각 사 상황에 맞게 수치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주들의 이익 확대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원활한 배당을 할 수 있도록 상법이 개정됐지만 금융당국은 배당을 줄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무조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높일 수도 없는 입장이 됐다.
지난 23일 열린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