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샘 올트먼은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한 5조~7조 달러(약 6600조~9300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AI의 핵심 부품으로 뽑히고 있는 GPU시장은 엔비디아의 강력한 독점력에 의해 공급망 부족으로 가격이 매우 높다. 올트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AI 인프라와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통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AI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여 일반인공지능(AGI) 개발에 필요한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트먼이 5조~7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 조달을 목표로 투자자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이 6조 달러(약 7980조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대부분의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특히 9000조원이라면 전 세계의 대부분 반도체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2301조원, TSMC는 897조원, 삼성전자는 481조원, 브로드컴은 777조원, ASML은 488조원, 인텔은 238조원, 퀄컴은 218조원 등 시가총액으로 평가되고 있다.
◆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의 영향력
올트먼은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 개발로 유명하며, 오픈AI CEO로서 AI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챗GPT의 성공으로 그는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그의 행보는 세계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오픈AI의 연 매출은 13억 달러(약 1조7303억원)로 집계됐다. 매출 성장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창업 후 10년 이내에 매출 10억 달러(약 1조3319억원) 벽을 넘긴 기업은 구글, 메타 등을 포함해 실리콘 밸리에서도 손에 꼽힌다.
오픈AI는 2015년 비영리 AI 연구소로 출범해 2020년 사업 부문을 설립한 뒤 상업적인 거대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11월 챗GPT를 출시한 뒤 AI 붐을 이끈다는 평가다. 올트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포춘 500대 기업의 92%가 챗GPT와 챗GPT의 기반 모델인 GPT-4 등 오픈AI 제품을 쓰고 있다. 또 오픈AI 챗봇 주간 사용자 수는 1억명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오픈AI의 기업 가치를 800억 달러(약 106조4800억원) 이상으로 평가한다.
올트먼의 평소 언행은 세계 업계에 큰 인상을 남겼다. AI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의 CEO임에도 올트먼은 AI의 부작용을 막을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5월 미국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개인정보·기술·법소위에 출석해 AI로 인한 허위정보의 양산 등을 우려하며 "안전한 AI 운용을 위해 미 정부와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부 개입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7조 달러는 어떻게 쓰일까
올트먼은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유치한 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구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반도체를 설계하고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공급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증설을 위한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약 10개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한 후에는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운영을 맡길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올트먼은 한국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한국을 찾은 올트먼 CEO는 이날 오전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을 비롯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직원 대상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경계현 사장은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 경쟁력 회복을 위해 다 같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올트먼 CEO는 지난달 26일 오후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면담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오후 늦게 따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올트먼 CEO가 최근 글로벌 대기업과 'AI 반도체 동맹'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후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최첨단 시설이 즐비한 인디애나주에 새 포장공장을 건립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양산하고 있다. 양사의 HBM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90%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에 HBM3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고, 5세대인 HBM3E 양산도 앞두고 있다.
올트먼은 최근 미국 의회와도 반도체 제조 공장 설립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제조시설(팹)을 어느 장소에, 어떻게 건설할지에 대해 미 의회 의원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고성능 AI 반도체 제조는 상당히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많은 비용이 든다. 최근 미국 인텔이 이스라엘에 짓고 있는 팹의 경우 총 100억 달러(약 13조원)가 투입된다.
이에 올트먼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TSMC 등 파운드리 업체와 협업을 모색하는 동시에 아랍에미리트(UAE) AI 기업 G42 및 중동 투자자, 영국 반도체 설계사 암(ARM)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와 접촉하는 등 다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그의 다음 행보에 세계가 주목한다
세계정부정상회의(World Governments Summit, 이하 WGS)가 UAE 두바이에서 1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4일까지 사흘간 개최된다. '미래 정부의 구상'이라는 주제 하에 열리는 올해 회의에는 기후, AI, 신냉전 등 지구촌 주요 안건에 대해 세계 주요 인사들이 의견을 교류할 전망이다. 올해 WGS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비롯해 25개국 정상과 120개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다. 그리고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85개 이상 국제기관 대표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올트먼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 등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도 참석해 AI 관련 세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올트먼은 오는 21일 미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산호세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 참석한다. 이 행사는 인텔이 파운드리 서비스(IFS)의 운영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고객사 등에 소개하는 행사로, 올해 처음 열린다. 올트먼은 직접 무대에 올라 AI분야에서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펫 겔싱어 인텔 CEO와도 면담한다고 전해졌다.
올트먼의 인텔 방문은 의미가 깊다. 올트먼은 현재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계획하고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공개 또는 비공개 방식으로 잇따라 만나 협력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