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한 정책 추진 속도를 내자, 이해당사자인 통신업계도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12일,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들의 요금감면 규모가 국내 주요 산업과 해외 주요국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KTOA에 따르면 통신 4사는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 및 국가유공자 약 776만 명을 대상으로 1조2천604억원을 자체 부담 형태로 감면했다. 이는 2017년 4천630억원 대비 약 2.72배 증가했으며, 액수 기준으로 스페인(약 142억원)의 89배, 프랑스(약 66억4천만원)의 191배 수준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전체 인구 대비 통신료 감면자 비율도 15.1%로, 미국(2020년 기준 2.2%), 스페인(2017년 기준 0.0007%), 프랑스(2018년 기준 0.0008%)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2022년 기준 7천억원 수준인 취약계층 대상 전기료 감면액, 2천300억원 수준인 에너지바우처 지원 규모보다도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 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지난 1월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등을 시사했는데, 야당 다수인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시지원금 및 추가보조금 확대 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마케팅 경쟁 활성화 여건 조성을 위해 단통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으며, 이달 22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예고하는 등 통신업체들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통신 3사에 이달 중 5세대 이동통신(5G) 3만 원대 초반 요금제 출시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통신 시장의 출혈경쟁이 이어졌던 1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로 보면서, 정책의 시의적절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장과 사업자의 재정, 단말기 시장의 사업자 수를 고려했을 때 정책이 유효한지를 살펴보기보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 경쟁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뜰폰 업체들이 모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휴대전화 통신사 이동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 고시안에 대해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는 보조금 확대와 요금 인하가 겹칠 경우, 이용자들이 이동통신 3사로 대거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은 통신 시장에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정부 정책의 효과와 시의적절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시장 혼란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통신 시장의 상황과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은 통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 혼란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정부는 통신 시장의 상황과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책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필요시 수정 보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