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신세계의 미래를 손에 쥔 정용진 신임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그룹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뒷걸음치는 등 큰 위기에 빠져있다. 정 회장이 부진에 빠진 그룹을 재도약 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지만 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잖은 탓이다.
특히 경영에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는 정 회장이 정작 법적으로 등기이사는 맡지 않으면서 책임경영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총수로서 역할이 달라진 만큼 정 회장이 책임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 부회장 취임 후 18년 만인 올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8일 공식 자료를 통해 “다양한 위기요인을 정면돌파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며 “지속가능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퀀텀 점프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큰 위기에 직면했다.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29조4722억원의 순매출과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당초 목표했던 31조290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영업손익은 2011년 5월 (주)신세계 대형마트 사업부문에서 독립법인으로 분할된 이후 첫 적자다.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 영향이 컸지만, 이마트를 포함한 대부분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온라인 사업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G마켓은 창립 후 2020년까지 16년 연속 흑자 올렸으나 2021년 12월 이마트 연결 자회사로 편입된 뒤 9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 회장이 인수 당시 약 3조4400억원을 투자한 M&A(인수합병)의 결과는 적자였던 것이다.
SSG닷컴은 출범 5주년을 맞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을 뿐더러 최근 2년간 낸 영업손실만 2142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 속 회장직을 맡게 된 정 회장이 해야 할 역할이 막중한 상황이다. 수익성 개선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신세계그룹은 ‘신상필벌’을 강화한 인사시스템 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정 회장 승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제도로, 그룹 계열사의 경영 혁신을 위한 첫 단추로 꼽힌다.
그룹 전통인 연말 정기 인사 체계의 틀을 벗어나 기대 실적에 못 미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라도 수시로 교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했다.
앞서 정 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가 직면한 실적 위기를 타개하려면 경영 전략에 앞서 체계적인 성과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에게도 이 같은 제도가 적용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부회장 시절 당시 경영 전면에 나섰던 ‘삐에로쑈핑(잡화점)’ ‘제주소주(주류브랜드)’ ‘부츠(H&B스토어)’ ‘일렉트로맨(영화제작사)’ 등 사업이 모두 철수되며 업계에서는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었다.
정 회장은 경영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지만 정작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에서는 빠져 있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현재 정 회장은 2013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현재까지 11년째 미등기임원 상태를 유지해 책임경영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실적 부진에도 고액인 보수와 배당금을 해마다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오너이자 18.56%(517만2911주)의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그룹 최대주주로 1년에 약 18억원의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오는 28일 예정된 주주총회에도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이마트는 한채양 이마트 대표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겸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 등 전문경영인들만 각각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사내이사는 기업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경우 회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이나 투자가 성공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총수에게 쏠리고 실적이 악화되면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져야한다”며 “오너들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