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 당시 목격된 '디지털 뱅크런(모바일 등 온라인 금융거래를 통한 대규모 예금 인출)'이 국내에서 발생했을 때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15일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23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 차액결제 이행용 담보제공 비율을 70%에서 80%로 높인 데 이어 올해 8월까지 90%, 내년 8월엔 100%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액결제는 결제 시스템에 참여한 금융기관 사이에 이뤄지는 이체 등의 자금거래를 일정 시간을 두고 거래를 모아 마감한 뒤 각 금융기관의 줄 돈, 받을 돈을 합산해 차액만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 은행 간 소액거래는 차액결제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거래 다음 날 오전 11시 한은이 은행 사이 차액을 정산해 주고 결제를 마친다.
다만 각 금융기관이 차액결제에 앞서 미리 지급하는 이 방식에서는 '신용 리스크(위험)'가 발생한다. 따라서 한은은 위험 회피 수단으로 각 은행으로부터 차액결제 규모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국채·통화안정채권(통안채) 등을 담보로 받아두는데 이것이 차액결제 이행용 담보증권이다.
한은은 현재 80%인 담보 비율을 올해 90%, 내년에는 100%까지 높여 신용 위험을 해소할 계획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2012년 제정한 '금융시장 인프라에 관한 원칙(PFMI)'에서 차액결제 이행용 담보증권 비율을 100%로 권고하기도 했다.
한은은 신용 리스크가 아예 없는 실시간 총액결제(RTGS:Real Time Gross Settlement) 시스템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RTGS는 우리나라와 같은 이연 차액결제(DNS:Deferred Net Settlement) 방식과 달리 수취인 계좌에 돈이 지급되는 순간 해당 건에 대한 은행 간 결제까지 완전히 마무리되는 형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페드나우(FedNow)'가 대표적 사례다.
금융기관 사이 수많은 결제가 실시간으로 이뤄져 처리 정보량이 폭증하고 비효율적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최근 정보통신기술(ITC) 발달로 24시간 연중무휴 RTGS 시스템 구현이 가능해졌다.
또 거래 건마다 은행 간 정산이 바로 끝나는 만큼 이연 차액결제와 같은 신용 리스크가 전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한은 측은 "민간 금융기관과 협의를 열어 RTGS와 관련한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있다"며 "향후 이를 통해 최적 성능의 RTGS 시스템 구성과 운영 방식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