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분기 정유 부문에서 영업이익 5911억원을 벌어 들이며 적자에서 탈출했다. 에쓰오일(S-OIL)과 HD현대오일뱅크도 각각 영업이익 4541억원, 3052억원을 기록하며 정유업계 회복세를 알렸다. GS칼텍스도 업황 개선에 따라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선 회복세가 횡재세 도입 논의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마냥 축하할 분위기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횡재세란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에 대해서 초과분을 징수하는 제도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는 재고평가 이익과 정제마진 상승효과를 얻는데 이처럼 외부적 요인으로 번 돈에 세금을 물린다고 해 횡재세란 이름이 붙었다.
국내에선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적 고통이 커지던 와중에 정유 4사가 영업이익으로 약 10조원을 벌어 들이며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후 지난해 정유사 실적 악화로 논의가 잠시 주춤했다가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유가와 국민 부담을 이유로 다시 횡재세 도입을 꺼내든 상황이다.
정유업계가 우려하는 건 횡재세 도입 뿐만이 아니다. SAF 국가전략기술 지정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산업은 시설 투자금에 대해 15%의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업계에선 하반기발표될 2025년 세제개편안을 보고 9월 정기 국회부터 정치권에 지정 필요성을 알린다는 전략인데 이 과정에서 야권이 횡재세 논의을 추진한다면 지정에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정유업계가 국가전략기술 지정에 목매는 이유는 정유 플랜트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례로 S-OIL이 진행하고 있는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샤힌 프로젝트'의 경우 총 9조2600억원가량이 투입됐다. 공제 여부에 따라 최소 수백억원의 절감 효과가 오가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덩치가 클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덩치가 커서 밥을 많이 먹으니 때리는 꼴"이라며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 대표가 횡재세 도입을 언급하니 SAF 국가전략기술 지정도 난항을 겪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