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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아픈 손가락' KDB생명에 자금수혈…재매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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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다혜 기자
2024-06-20 14:42:54

낮은 건전성, 기업가치가 매각 실패 원인

"자회사 편입·재매각 등 다양한 방법 논의"

서울 용산구 소재 KDB생명 본사 사진KDB생명
서울 용산구 소재 KDB생명 본사 [사진=KDB생명]
[이코노믹데일리] KDB산업은행이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KDB생명의 자본확충을 위해 자금 2990억원을 수혈한다. KDB생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재매각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18일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에 299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향후 펀드 비용 충당 등 목적으로 최대 80억원을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KCV는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KDB생명 인수를 위해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함께 설립한 사모펀드(PEF)다. 산은은 이곳의 지분 70%, 칸서스자산운용은 2.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산은의 출자 자금 2990억원 중 99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2000억원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쓰일 계획이다. 이번 증자로 산은이 그간 KDB생명에 투입한 금액은 기존 1조2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4월 KDB생명은 3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한 바 있다. 산은은 이번 출자 자금으로 KDB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출자 목적은 여섯 차례 매각 불발 상황을 겪고 있는 KDB생명의 자본적정성을 개선하고 재매각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한다.

산은은 2010년 KDB생명을 인수하고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연이어 실패했다. KDB생명의 건전성과 기업가치가 약하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말 KDB생명의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은 경과조치 후 기준 117.5%로 직전 분기 말(134.1%) 대비 하락했다. 이는 생명보험사 평균치(232.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험업법상 규제치인 100%는 넘었지만,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에는 닿지 못했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지급 가능한 금액을 최대 손실 예상액으로 나눈 것이다. 보험사의 지급 여력을 알 수 있는 자본 건전성 지표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아울러 KDB생명의 기업가치는 3000억원에 못 미치고 있다.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내재가치는 2504억원 적자, 신계약가치는 4610억원으로 이를 합산한 기업가치는 2106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KDB생명의 매각 실패 원인들을 산은이 타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본확충으로 KDB생명의 킥스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 수준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은 저에게 굉장히 아픈 손가락"이라며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원매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DB생명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가 내년 2월에 만기가 되는 만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산은은 우선 KDB생명의 기업 가치 제고와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거친 뒤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측은 "KDB생명에 대한 가치 제고 방안을 먼저 검토해 보고, 이후 자회사 편입이나 재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의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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