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긴급 현장조사에 나섰다. 25일 공정위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티몬 본사와 위메프 별관에 조사관을 파견해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연일 확산되는 소비자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이날 두 기업의 주문 취소 및 환불 처리 현황, 미환불 대금 규모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특히 소비자들의 환불 요청이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미처리된 환불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이달 초부터 위메프와 티몬에서 물건을 파는 판매자들이 판매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여행상품 등을 구매한 소비자들까지 환불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면 판매자는 3영업일 이내에 이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정산이 지연되면서 플랫폼이 대금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플랫폼의 연대책임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정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의 거래 구조상 정산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디에서 돈을 안 주고 있는지 거래 실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며 "그 이후에 책임 소재를 가려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게 정산을 지연하거나 미정산하는 문제는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 피해 확산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관계부처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또한 한국소비자원에 전담 대응팀을 설치해 집단 분쟁조정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급증하는 피해 신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로 피해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 신고는 23일 254건에서 24일 1300건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피해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플랫폼에 소비자를 보호할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운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공정위가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업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련 법 개정 논의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책임 범위를 재검토하고, 필요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피해 방지와 건전한 전자상거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