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산하 연구기관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8일 '수출 기업의 노동생산성 둔화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22년 기준 수출 제조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이 1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의 5.5%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수출 제조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13년 11.1%로 10%대를 돌파한 후 꾸준히 늘어났다. 전체 제조기업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4.5%에서 2022년 10.9%로 증가한 것과 비교해 증가 폭이 가팔랐다.
보고서는 한계기업을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으로 정의했다. 물건을 팔아 얻은 이익으로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거나 오히려 적자가 된다는 의미로 사실상 사업을 지속할 여력이 없음을 나타낸다.
실제 한계기업은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대한상의 SGI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수출 기업의 연평균 자산 대비 투자 지출을 분석한 결과 정상기업은 2.7%인 반면 한계기업은 -0.1%였다. 투자에 쓰는 돈보다 보유 중인 자산을 처분하거나 설비가 낡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기업은 과감한 사업 재편을 통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신산업 분야로 신속하게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국내 경제가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을 지닌 점을 고려할 때 수출 기업의 생산성 향상 없이는 경기 회복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유연한 노동시장, 수출 기업의 신산업 전환,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 그리고 저부가 가치 기업의 원활한 사업 재편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